난민 지원 발언 중 끼어들어 막말
“용납할 수 없는 일”… 비판 쏟아져
프랑스 의회에서 극우 성향의 백인 하원의원이 흑인 의원을 향해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막말의 도화선이 된 건 난민 문제였다. 좌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카르테스 마르텐스 빌롱고 의원은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들을 구조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탈리아, 몰타, 독일에서 입항을 거부당해 해상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난민 1,000여 명을 프랑스가 수용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이때 누군가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야엘 브룬 피베 하원의장은 회의를 중단시키고 발언자 확인에 나섰다. 극우파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 소속 그레구아르 드 푸르나 의원이 지목됐다.
드 푸르나 의원이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하는 주체로 빌롱고 의원과 난민들 중 누구를 꼽았는지는 불분명하다. 프랑스어에서 '그(Il)'와 '그들(Ils)'의 발음이 '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성향상 빌롱고 의원을 겨냥했을 거라고 프랑스 정치권은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빌롱고 의원의 부모는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이다.
빌롱고 의원은 “오늘 어떤 이들은 내 피부색을 논쟁의 중심에 놓았다. 나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 의원이며, 오늘 의회에서 이렇게 모욕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드 푸르나 의원이 누구를 공격했든 의회에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입 밖에 낸 것 자체로 비판을 샀다. 엘리자베스 보르네 총리는 드 푸르나 의원을 제재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며 "인종차별은 우리 민주주의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드 푸르나 의원의 하원 축출을 요구했다.
드 푸르나 의원은 BFM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불법 이민을 멈춰야 한다는 뜻으로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으며, 빌롱고 의원에게 한 말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르펜 대표는 "드 푸르나 의원은 잘못 말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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