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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도 위험 빨간불... 줄줄이 예정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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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도 위험 빨간불... 줄줄이 예정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입력
2022.11.05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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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한화·5월 KDB 등 생보사 콜옵션 도래
조기상환 불발 시 고금리·수요위축 가능성

3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뉴스

3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뉴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미루면서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 다른 보험사나 은행, 기업까지 가담할 땐 해외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 급락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만기 외화채권 35조... '제2의 흥국생명' 사태?

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200만 달러(한화 약 35조3,000억 원)로 올해(204억4,000만 달러)보다 21.8% 많다. 100억 달러대에 머물렀던 외화채권 발행 규모는 2020년 253억9,000만 달러, 지난해 361억1,000만 달러로 매년 증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흥국생명이 안정적 상품으로 꼽혔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비교적 고금리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영구채) 30년 이상으로 길다. 재무제표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기업과 금융사들이 자본을 조달할 때 발행한다. 대신 발행 5년 뒤 조기상환하겠다는 조건이 붙는데, 국내 발행사들은 고금리 부담을 감당하면서도 99% 이상 이 관행을 지켰고 국내외 투자자들도 이때를 실질적 만기로 여겨 왔다. 기업들이 조기상환할 때는 다른 신종자본증권이나 금리 부담이 적은 회사채 등을 발행해 상환한다.

시장이 걱정하는 건 제2, 제3의 흥국생명 사태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화채권을 상환하거나 발행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추가 조기상환 불발이 줄줄이 이어질 경우 이런 악순환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계 외화채권의 금리가 치솟고, 아예 투자 수요 자체가 바닥날 가능성도 크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지급보증 철회로 전체 채권시장이 급격히 경색된 것처럼, 해외에서 한국계 외화채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해외사업체의 줄도산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에서 지난달 말 1.92%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그만큼 발행 비용이 비싸졌다는 얘기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암묵적인 조기상환 책임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당분간 투자심리는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환 여력 있다"는 업계...숨통 틔우는 당국

당장 내년 콜옵션 기일을 앞둔 생보사들에 시선이 쏠린다. 4월 23일에는 10억 달러 규모의 한화생명 외화 신종자본증권이, 5월 21일엔 2억 달러 규모의 K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이 각각 조기상환 예정이다. 새 증권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6~7%대 가산금리를 지급하는 것을 택한 흥국생명도 6개월 뒤 두 번째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한다.

관련 회사와 업계에선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내년 4월 계획대로 상환할 예정이며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도 “금리인상 속도가 조절되고 내년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금리 변화에 따른 보험사 건전성 관리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상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리스크가 커지자 몇몇 보험사들은 부동산 처분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한화손해보험은 사옥으로 쓰고 있는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을 오는 21일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하고 재임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4,560억 원이다. 당국도 재빨리 움직였다. 일단 보험사 경영실태 평가 시 유동성 지표 평가 등급을 1등급씩 올려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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