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감기 몸살 증상을 겪는 이들이 생긴다. “몸살은 어떻게 아픈 거예요?” 올해도 어김없이 질문이 들어온다. 몸살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말 중 하나이다. 사전에서 몸살은 몸이 몹시 피로하여 일어나는 병이라고 한다. 그 증상으로는 팔다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으며 오한이 난다고 되어 있다. 사전에서 하는 설명은 단순하다.
그러면 한국 사람이 실제로 말로 진술하는 몸살은 어떠한가? 약국에 가서 몸살 약이라도 사 먹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우선 ‘몸이 찌뿌둥하다’고 한다. ‘찌뿌드드하다, 찌뿌듯하다’ 등으로도 말하는데 어떻게 말해도 우리는 몸이 무겁고 거북하다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그리고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온몸이 욱신욱신하다’거나 ‘느른하다’고 한다. 감기라도 겹친다면 ‘코는 맹맹’하고 ‘목은 칼칼’하며 ‘온몸이 덜덜 떨리고 쑤신다’고 한다. 얼굴 표정에다가 몸짓까지 조금 더 보태면 마치 몸에 살이 들었구나 싶은 지경을 생생하게 기술해 준다. 이런 복잡한 상태를 설명하기에 딱 떨어지는 표현은 따로 없지만, 이보다 더 이상 잘 맞는 표현이 어디 있을까 싶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같은 한국인 선생님인데도, 몸살을 설명할 때 왜 다 다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몸살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까닭은 체질에 따라 몸살의 형태가 다르고, 자신이 심하게 겪는 증상을 우선적으로 상세히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 외국어로는 ‘심한 감기, 피로에 의한 병’ 등으로 풀어서 말하지만 한국말로는 증상을 하나하나 풀어내기 때문이다. 혹 다언어 국가라면 구체적인 병명으로 불릴 일인데도, 이처럼 상태를 그려내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은 한 언어로 소통하는 국가 안이라서 가능하다는 점도 되짚어본다.
‘몸살이 났다’는 말에는 병을 이르는 경우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못 견딘다고 할 때에도 ‘몸살이 났다’고 한다. ‘여행을 못 가 몸살이 나다, 사고 싶은 것을 못 사 몸살이 나다’와 같은 예가 있다. 몸의 피로가 아닐지라도 정신이 한쪽으로 쏠릴 때, 피로할 정도로 마음이 강하게 지배받고 있다는 뜻이다. 피로로 온 몸살이 아닌 ‘열망의 몸살’도 그러한 경험을 통해 공감하게 된 말이다. 말이란 역시 삶의 경험에서 나오고, 삶은 말로 다시 풀이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말과 삶은 한 고리 안에서 순환하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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