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항소이유서가 간략하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사기와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방조,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약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의 항소이유서 부실을 이유로 원심이 약사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충북 충주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로부터 2년 6개월간 월 5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면허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다. A씨를 허위로 고용한 B씨는 A씨가 약을 만든 것처럼 허위로 장부를 만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해 받았으며, 보험급여 9,456만여 원을 초과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기관은 A씨를 B씨의 공범으로 지목한 뒤 사기 방조·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방조·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B씨에게는 사기·국민건강보험법·약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B씨의 범행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B씨가 약국에서 상시 근무하진 않았지만 일부 근무했기 때문에 면허를 대여해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심은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검찰이 항소이유서에 관련 내용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장과 항소이유서에 약사법 위반 부분에 관한 이유를 적법하게 기재했다"며 "검사의 항소 이유를 판단하지 않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이 약사법 위반 혐의를 유죄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항소심이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게 잘못됐기 때문에 약사법 위반 혐의 여부를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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