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 뚝 떨어져
에쓰오일 급감, 현대오일뱅크는 선방
상반기 초호황을 누렸던 국내 정유사 영업이익이 하반기 들어 모두 크게 떨어졌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수익이 커져 이른바 '횡재세' 도입 얘기까지 나왔지만, 정유사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상반기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진 실적을 받아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유시설 고도화와 윤활유 등 수익성 개선을 통해 실적을 방어한 모습이다.
13일 정유업계에 가장 최근 발표한 GS칼텍스는 매출 16조4,388억 원, 영업 이익 8,177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2.1%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61.6% 크게 떨어진 수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 이익은 7,040억 원으로, 2분기(매출 19조9,053억 원·영업이익 2조3,292억 원)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14.31% 늘었지만, 영업 이익은 69.78% 급감했다.
정제마진 '뚝'… 3분기 실적 둔화 현실로
다른 정유사들도 하반기 들어 실적이 고꾸라졌다.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5,117억 원, 7,02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와 비교하면 에쓰오일은 70.3%, 현대오일뱅크는 48.8% 감소한 수치다.
실적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이 꼽힌다. 상반기 한때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달 말 0달러까지 하락했다.
통상 손익 분기점을 배럴당 4, 5달러로 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유사가 상품을 팔면서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유 수입 때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사들은 재무 부담 또한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 "시설 고도화 효과" SK "윤활유가 효자"
회사별로 3분기 영업 이익 하락폭이 엇갈린 점은 눈에 띈다. 그나마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타사에 비해 실적 폭락을 막은 모습이다. 영업 이익이 2분기에 비해서는 하락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305.7%나 뛰면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정유시설 고도화율이 높아 휘발유, 경유 등 경질 제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효자 노릇을 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윤활유 부문 3분기 영업 이익은 3,360억 원으로, 2분기 대비 808억 원 증가했다.
정유업계는 4분기 실적 또한 상반기와 비교해서는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3분기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제한으로 유럽 전역에서 겨울철 난방을 위해 경유, 등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정유사들이 정제 설비 투자를 중단해 설비 부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국내 정유사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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