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부 3개주서…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도로도
“무슨 일 있어도 경기 볼 것”… “민주주의 기여” 찬사
브라질 대선에서 석패해 재선에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전국 곳곳의 도로를 봉쇄한 채 거친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이 느리게 대처하는 가운데 힘으로 봉쇄를 뚫어낸 사람들이 있다. 브라질 축구팬들. 이들은 응원하는 축구팀의 원정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의도는 개인적이었지만, "민주주의의 진정한 수호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오글로브에 따르면, 열성적인 것으로 이름난 축구 팬클럽 최소 4곳의 회원들이 상파울루, 미나스 제라이스, 파라나 등 남동부 3개주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바리케이드를 제거했다.
미나스 제라이스주가 연고지인 축구팀 아틀레티쿠 미네이루(일명 ‘갈루’) 팬들은 이날 상파울루 팀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상파울루로 이어지는 도로의 봉쇄를 해제했다. 도로 청소까지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들이 도로에서 타이어를 치우고 바리케이드로 쓰인 트럭을 이동시키는 모습이 올라왔다. 한 축구팬은 동영상에서 “바리케이드를 부수는 무리가 여기 왔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갈루의 경기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인들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상파울루 팀을 응원하는 언론인 베라 마갈헤스는 SNS에 “갈루 팬들이 민주주의에 기여했기 때문에 오늘 우리 팀이 갈루에게 지는 것에 찬성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양팀의 경기는 2대 2 무승부로 끝났다.
상파울루주에서 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도로 2곳의 봉쇄도 축구 팬들이 뚫었다. 이곳엔 "우리가 민주주의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은 상파울루주를 연고로 하는 코린티앙스 팀의 팬들로, 플라멩고 팀과의 경기 관람을 위해 달려갔다.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대선 결과 발표 직후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의 해산을 명령했다. 이후 고속도로 경찰대가 600여 곳의 도로 봉쇄를 풀었으나, 이달 2일까지 156곳의 봉쇄가 남아 있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보우소나루는 승복 여부를 밝히지 않아 불복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이달 1일에서야 2분가량의 짧은 연설을 통해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시민으로서 헌법을 계속 준수한다"며 대통령 권력을 이양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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