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노조, SPC 본사 앞 천막 투쟁 종료
SPL 평택 빵공장 사망사고 뒤 합의 이뤄져
교섭대표노조 "사측과 소수 노조의 야합" 비판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SPC그룹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노조)가 3일 전격 합의했다. 노사는 협의체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점검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대표이사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 노사 간 지속적 대화를 약속했다.
1년 3개월 투쟁...노사협의체 만들어 사회적 합의 점검키로
민주노총 화섬노조와 파리크라상의 자회사 PB파트너즈는 이날 노사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PB파트너즈는 2017년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5,300명 불법 파견 논란'으로 촉발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설립,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맡았다. 사회적 합의에는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 즉시 적용 △3년 내 본사와 동일한 임금 수준 적용 등도 포함됐는데, 3년 뒤인 지난해 화섬노조는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같은 해 7월부터 서울 용산구 패션파이브와 양재동 SPC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앞으로 노사는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이전 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황재복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하기로 하고, 관련자들은 인사조치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조합 탈퇴 후 한국노총 소속 PB파트너즈노조에 가입하라고 종용하고, 승진 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혐의로 황 대표이사를 포함한 28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또 정례적인 노사간담회도 열기로 했는데, 근로환경 문제나 고충처리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회사와 노사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은 노동자 다수가 속한 PB파트너즈노조에 있어 간담회 형식을 취하게 됐다는 것이 화섬노조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합의문에는 △조합 선택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 △보건·연차휴가의 자유로운 사용 △점포 내 방송시스템을 통해 점심시간 알리고 보장을 노력할 것 △모든 고소·고발·진정을 취하하고 시위 천막 등을 철거할 것 등이 담겼다.
SPL 평택공장 사망사고 영향 컸나...SPC "사고 전부터 논의했다"
오랜 갈등이 해소된 계기로 SPC 자회사 SPL 평택공장 노동자 사망사고를 꼽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고로 SPC의 산업안전보건체계가 부실했던 것과 더불어 사망자의 빈소에 빵을 보내는 등 대응 과정에서도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불매운동까지 벌어져 그룹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도 커졌다. 하지만 SPC는 이번 사고 이전부터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올해 4월부터 6개월간 22차례 만나 지속적 논의 끝에 협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했다.
화섬노조는 "많이 늦었고 다소 부족하지만 합의를 환영한다"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모성권, 여성노동권과 안전 보건 등에 대한 개선방안이 숙제로 남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를 풀어나갈 노사 대화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SPC는 "사회적 합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노사 상생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협약을 체결했다"고 짧은 입장을 내놨다.
반면 교섭대표노조인 한국노총 PB파트너즈노조는 성명을 내고 이번 협약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 소수 노조가 야합해 PB파트너즈노조의 교섭권을 해치고 있다"면서 "비열한 공생협력의 결과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이 유착관계를 척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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