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 개막 나흘 전 "바빠서 불참" → "참석"
국내외 비판 여론에 등 떠밀려 "참석" 유턴
라이벌 존슨 간다니 '입장 번복' 조롱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결국 참석한다.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회의 개막 나흘 전 입장을 바꾼 것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아 결정을 번복했다는 조롱도 쏟아진다. 존슨 전 총리가 2019~2022년 재임 당시 기후 관련 의제를 적극적으로 챙겼던 것과 비교될 수 있는 데다, 그가 최근 보수당 대표 자리를 두고 겨뤘던 정치적 라이벌이라는 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낵 총리에겐 여러모로 빛이 바랜 참석이 됐다.
수낵 총리는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집트에서 6일부터 열리는 COP27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번영할 수 없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지 않으면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COP26 의장국으로서, 그 유산을 이집트에 전달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참석 이유를 진지하게 밝혔지만, 결국 비판에 등 떠밀린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총리실이 지난달 27일 "11월 17일 발표할 중기 재정 전망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 사실을 알리자, 국내외에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의장국인 이집트 정부는 "실망스럽다"며 "(기후 리더십에서) 영국이 손을 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경제적 위기에 처한 영국이 국제사회 존재감마저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환경단체와 야당에서는 물론, 수낵 총리가 속한 보수당에서도 "불참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존슨 전 총리가 참석 사실을 공식화한 뒤 수낵 총리가 참석을 확정하는 모습이 되면서 체면은 더 구겨졌다. "국내 현안이 더 시급하다"던 총리실은 존슨 전 총리가 갈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낵 총리의 참석 여부가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존슨 전 총리가 1일 "참석하는 게 맞는다"고 확인하자, 수낵 총리도 참석한다고 밝혔다. 영국 자유민주당 기후변화 대변인은 "수낵 총리에겐 기후변화가 우선순위가 아니다. 존슨 전 총리 참석에 당황해서 가는 것일 뿐"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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