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신하나 변호사, 심준형 노무사 인터뷰
"직장 내 괴롭힘은 가정폭력과 비슷한 상흔을 남겨요.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일상적으로 폭력에 노출돼야 하니까요. 상담을 하면 죽고 싶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공황, 우울증 증세를 호소해요. 그런데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못할 때는 더 가슴이 아픕니다."
2017년 출범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서 5년째 무료 법률 상담을 하고 있는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와 심준형 안심노동사무소 노무사는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려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용하려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너무나도 다양한 '괴롭힘'... "인정될까" 망설이게 되는 피해자들
이들이 500건에 달하는 상담을 통해 느낀 건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폭언, 모욕, 명예훼손, 따돌림, 부적절한 지시 등 전형적인 갑질부터 의자 하나로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신 변호사는 "매일 아침 사무실의 의자를 몰래 여기저기 옮겨 놓으면서 괴롭히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요즘에는 '고백갑질'이라고도 하는데, 딸뻘인 부하직원에게 '너를 좋아해'라며 끊임없이 표현을 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대화를 끊어 업무상 차질이 빚어지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심 노무사는 "은행 지점장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한 피해자는 '내 딸이었으면 머리털을 뽑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비슷한 폭언을 들어 괴롭힘인 줄 모르고 참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상담은 보통 월, 토요일에 급증한다. 주말 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월요일 출근했더니 '변함 없는 현실'이 체감됐거나, 주말 이후 지옥 같은 회사로 출근할 생각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직장 내 갑질은 일부 해소되는 측면이 있었다. 회사와 직장 상사를 고소·고발하지 않고도 문제 제기할 수 있게 됐고, 분리 조치와 조사, 징계까지 가능해졌다. 두 사람은 "설명되지 않은 수많은 고통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개념화되고, 회사는 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 됐다"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이들에게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들으면 덜컹... 사각지대 해소해야"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만나면 이들도 막막해진다. 한 아파트 관리소장을 상담했다는 신 변호사는 "월 130만 원을 받는 분이었는데, 갑자기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마음에 안 든다'며 해고를 통보했고, 과거 소장들도 그렇게 내쫓았더라"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자, '옛날 열사들처럼 죽으면 알아줄까 싶다'고 하시길래 심리상담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노무사는 "속 터지는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 사례"라면서 "(법 적용 확대 논의가) 오래됐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부가 이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괜찮다고 보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회사의 감사실, 고충관리위원, 법률 전문가 등이 괴롭힘을 괴롭힘으로 여기지 않거나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회사에서는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이 어렵다"면서 "정부 역시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적극 행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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