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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찾아 조문하는 것도 참사 트라우마 해소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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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찾아 조문하는 것도 참사 트라우마 해소하는 길"

입력
2022.11.02 14:30
수정
2022.11.0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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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감과 위로를 베푸는 게 트라우마 해소하는 방법"

시민들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시민들이 2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로 인해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참사 재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2일 "분향소를 찾아가 직접 조문하는 행동이 견딜 수 없는 감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젊은 또래 당사자들은 충격이 더 클 수 있나'라는 질문에 "'나도 거기 갈 수 있었다', '나도 갔을지 모른다' 등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인식되고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그걸 통해서 공감과 위로를 베푸는 것이 자기 마음속 부담 혹은 트라우마 반응을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존자나 구조에 나섰던 시민들도 참사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상담받거나 치유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생존자 증후군 또는 생존자의 죄책감이라고 부르는데, 참사 현장에서 '내가 다 구조하지 못했다'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안하고 우울할 수 있다"며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죄스럽고 떠나간 사람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가질 수 있는데 부적절하다. 주변에서 늘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런 죄책감이 "화가 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재난이 발생했다는 자체에 대해서 분노하고, 억울함과 화남이 있는데 그것을 해소하지 못해서 자기 자신에게 쏟아붓기 때문에 최잭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트라우마 사건, 재난 사건을 떠올리게 할 만한 밀집된 환경이나 아주 시끄러운 소음들을 꺼리게 된다. 그것이 사실은 병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너무 과감하게 행동할 필요는 없고, '내가 이런 두려움이 얼마 동안은 가겠구나, 저절로 회복이 되겠구나'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런 것들이 너무 지나치게 심하고 외출조차 못 한다면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월호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태원 참사 등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트라우마에 내성이 생기느냐'는 질문에 "트라우마에 내성이라는 건 생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정 위원장은 "트라우마 사건이 중첩돼서 일어나는 것이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상당히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키고 이전에 포항 지진, 메르스, 세월호까지 느껴왔었던 심리적인 충격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세월호 등 자기 유년시절을 함께 보내는 경우에는 재난이나 트라우마에 굉장히 민감해지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돌봄이 제공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 지도자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의 발언에는 조심을 요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국가의 존재 이유가 이런 재난 대응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며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 또 작은 공동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국가가 나서주어야 하고, 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공감, 국가의 공감, 또 정치 지도자들의 공감이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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