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이태원 참사 현장이 담긴 영상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가급적 소리를 제거하거나 블러 처리된 정지 화면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1일 KBS, MBC, SBS에 따르면 3사는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 만 이틀째인 전날부터 이 같은 원칙을 뉴스에 적용했다. KBS는 구체적으로 △동시에 사상자가 노출되는 장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 △사고 직전 군중이 한 쪽으로 쏠리는 장면 등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화면은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KBS는 이를 10월 31일 오후 4시 뉴스특보부터 적용했다.
SBS도 전날 8뉴스부터 현장 영상을 보도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짓눌리거나 구조대가 피해자를 잡아끄는 상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현장음을 제거하거나 강하게 블러 처리한 정지 화면을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의 상태를 묘사하는 '토사', '복부 팽창' 등의 표현은 절대 쓰지 않고 피해자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모두 익명 처리하기로 했다.
MBC도 "재난 관련 방송시 희생자와 가족 등 피해자들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시청자의 안정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감안해 참사 순간의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현장음은 모두 지우고, 그 외의 상황은 정지 화면으로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워낙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난데다 목격자가 많아, 사고 초기 관련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됐다. 방송사들도 이를 제보 받아 사용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참혹한 사고 영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언론단체도 각 언론사에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라고 일침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논평을 내고 "YTN은 사고 당일 저녁, 목격자의 증언이라며 '유명인의 방문으로 인파가 몰렸다'는 보도를 반복해 내보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MBC 역시 시민과의 전화 연결에서 확인되지 않은 약물 관련 주장을 그대로 내보내 혼란을 부추겼다"며 "이태원 참사가 보도 참사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재난보도준칙을 엄중히 준수하라"고 지적했다. KBS도 앞서 이번 사고로 친구를 잃은 피해자를 인터뷰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삭제하기도 했다.
언론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탑승객 전원 구조'와 같은 오보와 과열된 취재에 대한 자성으로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재난보도준칙은 재난 보도시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아야 하며(제15조)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제19조)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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