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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정신건강 상담 40% 폭증…세월호 겪은 20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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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정신건강 상담 40% 폭증…세월호 겪은 20대 위험"

입력
2022.11.01 13:30
수정
2022.11.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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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
"세월호·이태원 참사 겪은 20대 트라우마 위험"
"사건 자체보다 비난·루머 노출 시 충격 더 커"
"1577-0199 전문가 상담받아야"

2018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트라우마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심민영 센터장(당시 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트라우마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심민영 센터장(당시 팀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정신건강 상담전화가 평소보다 40%가량 폭증할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유독 피해자가 많았던 20대의 경우 10대 때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터라 트라우마가 누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원 참사 심리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국립건강정신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심민영 센터장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위기상담 전화 1577-0199를 대국민 상담번호로 쓰고 있다"며 "(참사 직후인) 어제 그제 사이 한 40% 전화가 폭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참사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상태라면 3일쯤 된 지금쯤 어떤 반응이 나타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심 센터장은 "강력한 경험은 한번에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부분들이 계속 곱씹어진다든지, 위험이나 안전에 전반적으로 굉장히 예민해진다든지, 또 너무 괴로워서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다 회피한다"며 "어떤 분들은 의식을 잃은 건 아닌데 부분 부분 끊어져 전체적으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런 것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혼용돼 자주 사용되는 트라우마는 '외상성 사건'을 말한다. 스트레스와의 차이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생명 안전 건강에 위협이 되는 큰 사건 또는 성적 폭력이 수반되는 정도의 강력한 강도다.

그는 "트라우마에 의해 독특한 스트레스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돼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PTSD 진단을 받는다"며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유사한 반응을 보여 3일까지는 질환이 아니라 급성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한다"고 했다. 3일 이후에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심 센터장은 "사고를 당한 건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극복하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라며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끼는 '연결감'이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라우마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연결감이 없어서 어떤 비난이나 루머 같은 부정적인 반응에 노출되었을 때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2차 가해가 더 큰 상처를 주고, 당사자들의 회복에 어려움을 준다는 뜻이다.

"20대 이른 나이 세월호 겪어... 이번 참사로 '트라우마 누적'"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태국 국적의 코엔 싯수완(30)씨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추모공간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싯수완씨는 "사고 당시 눈앞에서 CPR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라며 "그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 이곳을 찾았다"며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최주연 기자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태국 국적의 코엔 싯수완(30)씨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추모공간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싯수완씨는 "사고 당시 눈앞에서 CPR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라며 "그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 이곳을 찾았다"며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최주연 기자

특히 이번 참사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20대의 정신건강을 걱정했다. 심 센터장은 "첫 번째 트라우마가 굉장히 중요하고,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가중되고 누적되느냐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들이 10대 때 사고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간접적으로라도 굉장히 이른 나이에 트라우마를 경험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이 또 이런 참사를 당하는 모습을 봐 그 연령대 친구들이 많이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고가 누적됨으로써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든가 자신을 너무 무력하게 볼까 봐 굉장히 우려된다"고 했다.

심 센터장은 "젊은 연령층과 학생 등 사고 당사자 외에도 주변 친구들, 동년배들이 굉장히 힘들어해 여가부와 교육부에서도 사이버상담센터 등을 가동하고 있다"며 공적인 전문가 상담을 적극 권유했다. 그는 "사람은 불확실할 때 더 불안한데,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라며 "내가 지금 정상인지 아닌지 잘 몰라 마음이 정말 불안하면 국가트라우마센터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와 같은 전문 학회의 홈페이지에서 트라우마 관련 반응을 평가하는 척도, 기본적인 안정화 기법 등의 정보를 살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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