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내달 5일까지 자발적 휴업 동참
주민들도 사고 현장 찾아 희생자들 추모
“아무리 월요일이라지만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입니다. 무서울 정도예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김모(69)씨가 나지막이 말했다. ‘핼러윈 참사’ 후 사흘째이자 첫 월요일인 31일은 진짜 ‘핼러윈 데이(10월의 마지막 날)’다. 그러나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쳐야 할 이태원 거리에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해밀톤호텔 앞 골목은 여전히 폐허를 방불케 했다. 경찰 통제 아래 클럽과 편의점, 주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바닥에는 페트병과 담배꽁초, 깨진 소주병 등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쏟아진 술과 음료수가 뒤엉켜 허옇게 말라붙은 곳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인근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이렇게 좁은 곳에 대체 몇 명이나 있었던 거냐”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죽음의 골목’과 직각으로 접해 있는 세계음식특화거리 상점들도 전부 휴업 중이었다. 정부가 내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 기간으로 선포하면서 상인들도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식당, 카페 등 가게 외부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월 5일 애도기간까지 휴점합니다’라는 안내문과 관할 용산구청에서 보낸 ‘식품접객업소 자발적 영업중단 요청’ 공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장은 “국민적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비극적 사고는 이태원 상인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 듯했다. 부동산을 하는 공인중개사 A(55)씨는 “수많은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자영업자들도 사실상 정신이 붕괴됐다”면서 “나도 20대 딸을 둔 부모”라고 말끝을 흐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종료되면서 ‘노마스크’ 특수를 기대했던 일부 상인들은 난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식당 주인 김모(50)씨는 “추모 분위기에 참여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라며 앞날을 걱정스러워했다.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이태원 주민들도 많이 보였다. 이들은 경찰통제선 밖에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었다. 주민 정모(63)씨는 “우리 동네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하루빨리 비극이 수습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태원동과 인접한 보광동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11년 전 강서구로 이사 간 이광임(70)씨는 오랜만에 옛 보금자리에 들렀다. 이씨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건물 색깔 빼곤 하나도 바뀐 게 없다”면서 “손녀딸이 스무 살인데 사고 당한 분들 나이다.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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