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태원서 친구 잃은 호주인 "무대책이 부른 참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태원서 친구 잃은 호주인 "무대책이 부른 참사"

입력
2022.10.31 12:30
0 0

호주 국적 네이선 타버니티, 틱톡 통해 감정 토로
"내 친구, 사람들 죽어가는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망한 친구는 영화제작자 꿈꾸던 23세

30일 전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거리 근처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AP 연합뉴스

30일 전날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거리 근처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지만 친구를 잃은 오스트레일리아 국적 네이선 타버니티(24)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이 사건은 술 취한 사람들 탓이 아니다. (사고에 대비할) 계획이 없었고 경찰과 구조대가 현장에 제때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9뉴스, 영국 타블로이드지 메일 등에 따르면, 타버니티는 지난 30일 틱톡으로 올린 영상에서 "내 친구가 이태원에서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친구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을 때 내가 거기 있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타버니티는 지인 3명과 함께 29일 이태원을 찾았는데, 1명은 목숨을 잃었고 다른 2명은 치료를 받았다.

타버니티는 사건 당시 군중을 빠져 나온 후 겹겹이 쌓인 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구조하려 노력했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스탬피드(사람들이 급하게 몰려들어 발생하는 참사)는 아니었다. 느리고 고통스러운 크러쉬(군중 몰림)였다"고 묘사하면서 "되돌아가 달라고, 사람이 죽는다고 외쳐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현장을 촬영하고 일부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호주 국적 네이선 타버니티가 30일 미니 영상 플랫폼 틱톡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태원 참사 전후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틱톡 캡처

호주 국적 네이선 타버니티가 30일 미니 영상 플랫폼 틱톡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태원 참사 전후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틱톡 캡처

그는 사건 당시 현장에 당국 차원의 아무런 대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없었기 때문에 군중을 통제할 수 없었다"면서 "경찰이 내가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30분이 걸렸고, 더 많은 인원이 오는 데는 1시간이 걸렸다. 구조대는 그보다도 더 늦게 왔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워낙 다급해 현장의 많은 일반인들이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사건 이후 한참 동안 친구들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몇 시간 동안 헤맨 끝에 죽은 친구의 시신을 간신히 찾았다. 타버니티는 "경찰도 누구도 돕지 않았다. 친절한 미국 ABC 기자들의 도움으로 친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정부에 의해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고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했다면 왜 대비가 없었나"라고 지적했다.

호주 언론은 사망한 호주 여성이 영화제작사 일렉트릭라임에서 제작 보조로 일하면서 제작자를 꿈꾸던 그레이스 레시드(23)라고 전했다. 타버니티는 "친구는 12일 뒤에 24번째 생일을 맞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일렉트릭라임 시드니지부의 제작책임자인 샨 데벤드런은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다. 래시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열정적이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인현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