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신고 4,000건 넘게 접수돼
새벽부터 이어진 초조한 발걸음
생사 여부 따라 희비 엇갈린 대기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전날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관련 실종자 신고를 받고 있는 이곳에서는 시민들의 곡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오후가 되자 오열과 한숨은 더 잦아졌다. 일부 실종자들의 사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전화와 방문을 합쳐 총 4,024건의 실종자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센터에는 이른 오전인 5시 30분쯤부터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으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에 사는 50대 김모씨는 어젯밤부터 연락이 끊긴 딸을 찾기 위해 새벽 한달음에 상경했다. 그는 "전화를 수백 번 걸었는데 결국 파출소에서 전화를 받더라"며 한 손에 꼭 쥔 딸의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 실종자 부모는 3층 접수처로 올라가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접수처에서 실종자 이름과 연락처, 인상착의 등 개인정보를 건넨 뒤 지하 1층에 마련된 대기실로 향했다. 여기에 설치된 스크린에선 사고 관련 뉴스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박모(26)씨는 "어제 이태원에 함께 방문했던 친구가 밤 10시 20분 이후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된다"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오후 들어 일부 실종자들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대기실에선 연락을 받은 가족, 지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초조한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리던 50대 여성 A씨는 딸이 부상자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대로 사망 소식을 들은 이들은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렸다.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노사드(40)씨는 임금체불 문제로 전날 함께 이태원을 찾았던 직장 동료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한 뒤 한숨을 깊게 내쉬며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망 확인 전화를 받고는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 그 어린 애가…"라며 오열하는 목소리도 새어 나왔다. 가족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열하다 쓰러진 한 중년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자녀를 잃은 한 중년 부부는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대성통곡했다. 건물 벽을 치며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본 직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주민센터는 추가 실종자 접수를 위해 이날 자정까지 24시간 창구를 운영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망자 154명 중 153명의 신원을 확인해 전원 유족 통보를 완료한 상태"라며 "나머지 미확인 1명에 대해서도 계속 확인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오후 10시쯤 용산구 해밀톤호텔 일대 골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날 오후 9시 기준 154명이 사망하고, 132명이 다쳤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는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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