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일컬을 때 ‘신뢰’(trust)라는 말을 자주 쓴다. 신뢰는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과 국가, 국가 간, 개인과 시장, 시장과 시장에도 적용된다. 신뢰라는 말 속에 수많은 관계 매트릭스가 가능하다. 미국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 차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신뢰지수가 10%포인트 높아지면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신뢰는 시장에서 ‘신용’이라는 말로 대체되며 ‘금리’로 현실화된다. 신용도가 낮은 개인, 회사, 국가가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 돈을 빌리는 이유다. 코로나 이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도 일종의 신뢰가 정상궤도를 이탈한 데서 비롯됐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회사채 금리 상승도 신뢰 문제다.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사업성을 바탕으로 신용에 근거해 자금을 조달받기 때문에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신뢰의 긴 가치사슬에서 어느 하나의 고리가 끊기거나 느슨해지는 순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느슨한 신뢰 연결고리는 결국 비용으로 보강된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상승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실물경제 불안에 따른 불신을 부담하는 방법으로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 데에서 기인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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