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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보다 무서운 '캔디플레이션'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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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보다 무서운 '캔디플레이션'을 아십니까?

입력
2022.10.26 2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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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이 불러온 공급망 대란
설탕, 밀가루 등 원자재 비용 상승 탓
"사탕 양 줄이거나 아이들 빈손으로 보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

매년 10월 31일 핼러윈이면 각종 분장을 한 미국 아이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이같이 외친다.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다. 어른들은 사탕과 초콜릿 등을 주며 아이들을 달랜다.

올해엔 사탕 인심이 박해질 공산이 커졌다. 전 세계를 덮친 기록적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사탕을 구매할 여력이 줄어든 까닭이다. 이른바 ‘캔디플레이션(사탕+인플레이션)’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얘기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노동부 통계를 인용, 사탕 가격이 1년 전보다 13.01%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사탕값만 따져본다면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8.2%)와 식품물가지수(11.2%)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과거 사탕 가격이 13% 오르는데 1997년부터 2006년까지 9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사탕뿐만이 아니다. 허쉬, 키세스, 리스 등 유명 제과 회사들도 제품 가격을 14%가량 올렸다. 마스사(社)의 스타버스트와 스키틀스 가격은 올해 들어 각각 35%, 42%나 뛰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시작된 공급망 혼란, 설탕과 밀가루 등 원자재 비용 동반 상승이 간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17일 미국 워싱턴의 한 편의점에 핼러윈 사탕이 진열돼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17일 미국 워싱턴의 한 편의점에 핼러윈 사탕이 진열돼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제품도 있다. 대신 제품 크기가 작아졌다. 제조사가 재료·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은 묶는 대신 제품 크기를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초콜릿과 사탕 상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제품에 들어가는 칼로리를 낮출 정도”라고 지적했다.

어른들의 곤궁한 사정에 상처받는 건 어린이들이다. 아이들은 빈 사탕 바구니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며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핼러윈 당일 간식을 나눠주는 일을 포기하거나 예년보다 양을 줄이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미 전국소매연맹(NFR) 조사 결과 미국의 각 가정은 올해 핼러윈 기간 군것질거리 구입비를 지난해 30.40달러(4만3,000원)보다 3%가량 줄어든 29.51달러로 낮춰 잡고 있는 것로 나타났다. WSJ는 “소비자들은 양을 줄인 채 군것질을 구매할지, 아니면 아이들을 빈손으로 보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의 분석처럼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삶의 가장 달콤한 부분을 주름지게 하는 셈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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