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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작가 "지금 좌우대립은 생활이 아니라 관념에서 태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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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작가 "지금 좌우대립은 생활이 아니라 관념에서 태어난 것 같다"

입력
2022.10.26 11:31
수정
2022.10.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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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빨치산 아닌 아버지 이야기"
'색깔론'에 "분열과 증오 조장은 옳지 않다"

정지아 작가(왼쪽 사진)와 '아버지의 해방일지' 책표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지아 작가(왼쪽 사진)와 '아버지의 해방일지' 책표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설가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해 화제가 됐다. 문 전 대통령은 "책을 추천하는 마음이 무겁다"고 표현해,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부는 '색깔론'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고, 또 한편에선 '빨치산 미화'란 주장까지 나왔다. 해당 소설이 빨치산 경력이 있는 부친의 장례식에서 그의 딸인 화자가 부친의 삶을 되짚으며 이해해 가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아 작가는 지난 25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책은 빨치산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아버지 이야기"라면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으로 돌아와서 주변 사람들과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미워하고 사랑하고 지지고 볶고 살았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화자 '아리'는 부친의 빨치산 경력 때문에 일종의 '연좌제'에 시달리면서 생전에는 부친과 반목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런 화자의 모델 자체는 정 작가 본인이다. 그는 1990년 첫 소설 '빨치산의 딸'에서도 부모의 남로당 경력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차이점도 있다. 정 작가는 부친의 경력도, 그에 대한 세상의 '탄압'도 성인이 되고 나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아버지가 감옥에 계셨고, 당연히 찢어지게 가난했다. 내 아버지가 나쁜 사람, 살인자·강도와 다를 바 없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미움과 원망이 있었다"면서도 "저는 (책의 주인공인) 아리와 달리 대학 시절부터 부모님을 다 이해했다. 그리고 갈등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사회주의자를 억압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이념 대립이 본인의 글로 해소되기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을 보였다. "현대사에서 좌우 대결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는데, 그런 상처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피해 당사자들이 살아 있는 한 해결의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작가는 현재 본인의 거주지이자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무대이기도 한 구례를 예시로 들었다. "구례는 인구 2만5,000의 작은 동네임에도 빨치산 때문에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깊은 내상을 입은 곳인데, 그래도 사람들은 잘 어울려 산다. 속으로는 서로 미워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서로서로 엉켜서 함께 살다 보니까 미움이라거나 사랑이라거나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가 생겨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정치권에서 색깔론이 오고가는 것에 대해 "불안할 건 없고, 불편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나는 아버지와 달리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소설이든 정치든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지금의 진보·보수 프레임은 생활에서 탄생한 게 아니라 머리에서 태어난 것 같다. 그래서 관념적으로 과격한 게 아닌가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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