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언론, 수낵이 힌두교라는 점에도 열광
"인도를 지배한 국가를 인도계가 지휘"
영국 언론 "최상류층 출신... 공감능력 한계"
“인도의 아들이 제국을 정복했다. 역사는 돌고 돈다.”
24일(현지시간) 리시 수낵(42)의 영국 신임 총리 취임이 확정되자 인도 뉴스전문채널 NDTV는 이같이 전했다. 최초의 인도계 영국 총리 탄생에 150만 명에 달하는 영국 내 인도인 지역사회는 물론 인도 본토까지 흥분에 휩싸였다. 제국주의 지배 국가를 피지배 국가 후손이 이끌게 된 ‘역사의 아이러니’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은 1858년부터 1947년까지 인도를 식민지로 삼아 착취했다.
‘이민자ㆍ비(非)백인’이라는 정체성은 수낵 총리의 일부이다. 그는 ‘부유하고 보수적인 엘리트’이기도 하다. 그와 배우자의 재산은 약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387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민자를 비롯한 중산층·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이유다.
'힌두교 공개 행보' 등 인도 언론 대서특필
수낵 총리는 영국 국적자이지만, 혈통의 뿌리는 인도에 있다. 인도 북부 펀자브 지방 출신인 조부모와 부모가 1960년대 영국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수낵 총리는 1980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인도 언론은 수낵 총리의 총리 지명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발행부수 기준 세계 3위 신문이자 인도 최대 힌디어 일간지 다이니크 바스카는 “수낵은 과거 인도가 당한 모욕에 복수했다”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인도 지도자는 매우 약하다’고 말했지만, 이제 영국의 총리는 인도계”라고 보도했다. 인도 유력 일간지 다이니크 자그란 역시 “수십 년간 인도를 지배했던 국가의 지휘권이 지금 인도계 총리 손 안에 있다”고 전했다.
인도인들은 영국 주류 사회에 속한 수낵 총리가 힌두교도임을 숨기지 않는 것에도 열광했다. 2020년 하원 의원 서약 당시 그는 성경이 아닌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 위에 손을 얹었고, 힌두교 방식으로 기도하는 모습도 종종 노출했다.
수낵 총리가 힌두교가 신성시하는 소에게 기도하는 영상, 힌두교 제사 의식을 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트위터에서 퍼졌다. 인도 여당 인도국민당(BJP) 프리티 간디 의원은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문화와 뿌리를 존중하고 인정한 자랑스러운 힌두교도의 부상을 크게 반긴다”고 말했다.
인도 정가에서는 수낵 총리가 양국을 잇는 가교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수낵 총리 취임을 ‘스페셜 디왈리(힌두교 최대 축제)’라고 치켜세우며 “영국과 글로벌 이슈를 긴밀히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유한 금수저 엘리트, 약자 위한 정치 가능할까
영국에선 수낵 총리의 배경을 놓고 회의적 시각도 팽배하다. 그가 인종ㆍ종교라는 유리 천장을 깨부순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와 약사 부모',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등 막강한 뒷배경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느냐는 게 지적의 핵심이다.
리시 수낵은 정치인 시절 편의점에서 바코드 계산기에 신용카드를 찍으려 하거나 "가난한 지역에 쓸 공공자금을 부유한 지역으로 돌렸다"고 자랑하는 등 평범한 영국인과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구설을 타기도 했다.
런던의 힌두교 사원을 찾은 시바니 다사니(22)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처음으로 유색인종 총리를 맞은 건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수낵은 부유한 상류층 남자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보수당원 리시 트리베디(50) 역시 로이터에 “수낵은 나처럼 직장에 출근해 나와 같은 문제를 맞닥뜨리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일반인과의 공감대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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