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이민자 가정... 200여 년 만 최연소 총리
금융인→정계 입문 7년 만에 '초고속' 총리로
리시 수낵 전 영국 재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유력 경쟁자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혈 입성했다. 인도계인 수낵 차기 총리는 '영국 최초의 비(非)백인 총리' 기록을 세웠다. 그는 취임 첫 일성으로 "진실과 겸손으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수낵, 총리 무혈 입성... "실존 위기... 보수당 단결해야"
영국 보수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일인 24일(현지시간) 수낵 차기 총리는 단일 후보로 당선이 결정됐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존슨(9월), 리즈 트러스(이달) 등 전임자의 연쇄 사퇴로 흔들리는 보수당은 당내 안정을 위해 후보가 1명이면 별도 절차 없이 차기 총리로 확정하기로 했다.
당대표 후보 등록 마감 전부터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수낵 차기 총리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후보로 등록하려면 의원 100명의 추천을 얻어야 하는데, 공식 집계상 이를 넘기는 유일한 인사였기 때문이다. BBC방송 등은 수낵 차기 총리가 보수당 의원 375명 중 2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차기 총리 확정 직후 그는 보수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연설을 했다. 트러스 총리 사임 발표 이후 말을 아끼던 그의 첫 공식 발언 자리였다. 수낵 차기 총리는 "우리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고, 우리에겐 안정과 단결이 필요하다"며 "당과 국가를 나라를 하나로 묶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야당의 조기 총선 요구엔 "조기 총선은 없다"고 못박았다. 떠나는 트러스 총리를 향해선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봉사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인도계 엘리트... 정계 입문 7년 만에 총리 타이틀
수낵 차기 총리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인도가 과거 영국 식민지였다는 점 때문에 그의 정치적 야망엔 '제국이 역습을 당했다' 같은 표현이 따라붙었다. 다만 유럽의 여느 이민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전형적 영국 엘리트'이다. 인도 신분제인 카스트에서 제일 높은 계급인 브라만 출신으로,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를 뒀다. 인도 정보통신(IT) 대기업 인포시스의 창업자 딸인 아크샤타 무르티와 결혼해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1,905억 원)라는 막대한 부를 보유하고 있다고 올해 초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경력도 화려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를 거쳐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2015년 영국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5년 만인 2020년 2월 내각 최고 요직인 재무부 장관에 기용되며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정계 입문 7년 만에 총리에 올랐다. 1980년생인 그는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경제 위기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으나 영국의 경제도, 총리로서의 그의 운명도 풍전등화의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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