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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저수지에도 홍수 대응능력 필요하다

입력
2022.10.25 04:30
수정
2022.10.25 14: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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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저수지. 이 저수지에서 시작된 냉천은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범람하면서 주변에 큰 피해를 남겼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어저수지. 이 저수지에서 시작된 냉천은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범람하면서 주변에 큰 피해를 남겼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을 위한 기반시설 완비를 목표로 단기간 농업 생산기반 분야에 집중 투자했고, 그 결과 현재 수리안전답률은 63%에 달한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수원공은 전국적으로 7만6,921개이며, 이 중 저수지는 1만7,106개소로, 전체 농경지 62%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 축조 방식은 대부분 토석재로 지어진 중심 차수형 필댐인데, 자연재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건설재료 확보가 쉽고 공사비가 저렴하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는 농업용수 공급기능만 갖춘 필댐이 가장 적합한 공법이었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진 지금도 대부분 필댐 형식을 채택하여 신규 농업용 저수지를 시공하고 있다. 하지만 토석재가 주재료인 필댐의 약점은 기준 이상의 홍수로 제방이 월류될 경우 안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농업용 저수지의 주기능이 용수 저류를 통한 농업용수 공급에만 있다 보니, 저수지에 만수위 이상 물이 유입되면 단순 월류형 물넘이 시설을 통해 오롯이 물을 하류로 내보내게 된다. 따라서 홍수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시간당 90㎜ 이상 집중호우가 내릴 때 경주 왕신저수지와 권이저수지 제방 사면이 일부 유실되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왕신저수지와 같이 준공 50년이 넘은 노후 저수지는 과거 설계기준에 따라 축조되어 설계 홍수량 이상의 유입량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다. 노후 저수지에 제체 월류가 발생하면 저수지 붕괴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농업용 저수지는 홍수조절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기후 시대에는 농업용 저수지가 농촌지역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 저수지 홍수조절 기능을 보강하여 저수지 안전사고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것이다.

현재 농공학회는 농업기반시설 설계기준을 재정립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존 필댐에 홍수조절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농업용 콘크리트댐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제성만 고려한 필댐 일변도 관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법(RCC, RDD 콘크리트 및 표면차수벽형 댐 등)을 적용하여 홍수재해 위험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최근 강우 패턴과 현재의 사회·경제 여건에 맞는 설계기준을 수립해 재해로부터 안전한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물관리기본법에서는 정부가 기후변화로 인한 물 관련 재해 취약성을 최소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관리 방안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저수지뿐만 아니라 중·소규모 저수지도 홍수조절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경숙 (사)한국농공학회 회장·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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