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현대가’ 며느리가 되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가 고국에서 열린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23일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64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까지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2위 앤드리아 리(미국·17언더파 271타)를 4타 차로 여유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 아타야 티띠꾼(태국)에게 한 타 뒤진 2위였던 리디아 고는 이날 버디 8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하나로 막아 7타를 줄이며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4억3,000만원)다.
이로써 리디아 고는 올 1월 게인브리지 LPGA 이후 9개월 만에 시즌 두 번째이자, 개인 통산 18번째 LPGA 투어 우승을 달성하게 됐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무대를 평정한 ‘골프 천재’다. 2014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메이저 2승을 수확했고, 미국과 유럽에선 통산 24승을 쌓았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도 종종 출전했지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 세리머니 도중 눈물을 보인 리디아 고는 “대회장을 찾아준 가족, 친지를 위해 더 우승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아버지는 코로나19 이후 LPGA 투어를 현장에서 처음 본 것이었다"며 “지금은 뉴질랜드 국적이지만 한국은 내가 태어난 곳으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꼭 우승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오는 12월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인 정준(27)씨와 결혼을 앞두고 있어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예비신랑의 현장 응원 여부에 대한 질문에 리디아 고는 "그 분은 항상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은 뒤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티띠꾼이 전반 타수를 잃고 주춤하면서 이날 중반까지 혼전이 이어졌다.
리디아 고는 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바짝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0번 홀(파4)에서는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공이 홀로 빨려 들어가며 두 타 차로 달아났다.
최혜진이 14번 홀(파4) 버디로 두 타 차로 좁히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지만, 리디아 고는 16번 홀(파4) 오르막 중거리 퍼트를 넣으며 다시 3타 차를 만들고 쐐기를 박았다.
한편 이날 공동 47위(2언더파)로 LPGA 은퇴 경기를 치른 최나연(35)은 미디어센터에서 선후배 동료의 영상 메시지와 우승 장면 리플레이를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 "마지막 퍼트 때 눈물이 떨어져서 공도 잘 안 보였다”는 최나연은 "(후회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매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며 "그동안 너무 잘 버텼고, 잘 싸웠고, 마무리도 잘할 수 있어서 무척 좋다. 이 자리에 있도록 도와주신 팬들께 정말 감사 드린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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