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사흘 동안 CEO세미나 마련
최 회장, "전 계열사 연말까지 위기 전략 수립하라"
"고난 극복해 기회 만들자" 손자병법 강조도
"위기 타개할 새 비즈니스 전략 마련하자."
글로벌 경영 환경 악화에,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라는 악재까지 닥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연말까지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각 사가 그동안 추진해 온 경영시스템 혁신 작업의 속도를 높여 생존을 넘어 기업 가치를 키우는 지속 성장을 하자는 뜻이다.
23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19~21일 제주도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에서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30여 명의 주요 경영진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을 챙기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각 사별로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구체적으로 각 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거론하며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 기반의 경영 전략 실행이 중요해진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21일 폐막 연설에서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하여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를 인용,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도 했다.
경영진들, 생존·성장 전략 등 사흘 동안 집중 토론
CEO 세미나는 다음 해 경영 전략을 구상하는 연례 행사였지만, 올해는 최 회장이 어느 때보다 위기 의식이 팽배해 그룹의 안정성을 높일 다양한 요구를 쏟아낸 것이다.
정보기술(IT) 시장의 급격한 수요 위축으로 그룹을 대표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영업 이익이 연초 전망치보다 17%가량 떨어진 10조6,100억 원대에 그치고, 내년은 이보다 상황이 훨씬 나빠져 반토막이 난다는 전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룹 경영진도 이번 세미나에서 집중 토론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는 데 공감하며 "생존과 성장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경영시스템 2.0' 구축,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 등에 박차를 가하자"고 뜻을 모았다. '경영시스템 2.0'은 최 회장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재무 성과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유·무형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경영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글로벌 1위 수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며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래 성장 분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은 SK C&C데이터 센터 이후 카카오톡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24일 국정 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국감과 같은 날 열리는 일본 포럼은 한·일 민간 경제협력 재건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8월부터 최 회장이 직접 준비해 왔다"며 "국익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그룹 미래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행사여서 국회에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