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미·유럽 각국서 연대 시위
이란계 현지인과 시민 운집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주말인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서유럽 주요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로 불붙었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를린,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과 서유럽 주요 도시에서 연대시위와 행진이 이어졌다.
미국 워싱턴 시내의 내셔널몰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은 이란 국기를 들고 "두려워하라! 두려워하라! 우리는 함께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백악관을 향해 행진했다. 일반 시민들이 조직한 이날 시위에는 워싱턴 인근 이란계 주민들이 거의 다 모였다. 멀리는 캐나다의 토론토에서도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날아왔다.
가장 많은 국외 이란인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이날 문을 닫은 시내 중심가 거리를 시위대가 "이란 정부 타도"를 외치며 행진했다. 부모가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미국으로 이민와 미국에서 태어난 슈카 슈아름은 "이란에서는 여성을 2등 국민으로 취급한다. 이제 여성들은 더 참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 시위에 참가한 사민 아야니파르드(28)는 "이란의 히잡 강요나 미국의 낙태허용 불법화 판결은 50년 간에 걸쳐서 여성의 몸을 속박하는 근본적인 의미가 똑같다"고 비난했다. 미시간주(州)의 이스트랜싱에서 워싱턴까지 운전하고 와서 시위에 참가한 그녀는 "미국도 여성의 몸의 자유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독일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도 4만 여명이 운집했다. 참가자들 일부는 독일의 다른 지역과 유럽 다른 나라에서 이란 여성과 연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란 출신으로 네델란드에 살고 있다는 샤키브 롤로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거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는 이란 국민들과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함께 하기 위한 중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단순한 항의 시위가 아니다. 이것은 이란의 혁명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광경을 똑똑히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단체(IHR)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이어진 이란 내 시위에서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200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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