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200회의 의미
자극·선정성으로 점철된 현 예능국, 착한 예능의 존재감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200회를 맞이했다. 긴 시간을 거쳐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옥탑방의 문제아들'에는 흔하디흔한 자극적인 멘트, 독설이 없다. 희극인들이 한 데 모여 난해하지만 무겁지 않은 퀴즈들을 맞춘다. 2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해함'이다.
지난 2018년 9월 추석특집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인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지금으로부터 5년간 KBS 평일 예능 프로그램을 책임졌다. 특히 '옥탑방의 문제아들'는 김숙 대상 및 송은이 프로듀서 특별상 수상에 톡톡히 기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옥탑방 문제아들'의 원년 멤버로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의 장수 행보에는 이세희 CP의 두터운 내공이 있었다. '해피투게더3' 연출에 이어 '옥탑방의 문제아들까지, 이세희 CP는 다수의 게스트가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포맷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활용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특성상 언제 폐지의 위기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긴 시간 내 평일 안방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옥탑방 특유의 '편안함'이다.
특히 고정 팬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미한 성과다. 현 시점에서 예능들은 자극으로 점철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 예능마저 고성이 오가고 심리 상담가의 조언이 빈번하게 들어가곤 하는 상황이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예능을 찾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편성 변경이 종종 있었지만 꾸준히 앞서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충성도 높은 시청층의 존재감을 공고히 했다.
유독 사건사고가 잦은 시기에 대중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방송을 찾는다. 상반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자극적이고 투박함이 주는 MSG의 매력은 결국 쉽게 사라지고 만다. 가족들이 한 데 모여 볼 수 있는 예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 속에서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초반 기획 의도를 굳건히 했고 즐거움을 남겼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단순히 퀴즈 푸는 것에 집중했다면 오히려 보는 이들에겐 피로감을 안겼을지도 모른다. 그간 퀴즈 게임은 종종 예능에서 코너로 활용됐고 승부욕을 불태우는 스타들의 모습이 흔하게 담기곤 했다. 반면 제작진은 퀴즈 자체를 가볍게 제시하면서 무게감을 더했다. 제작진이 조성한 편안한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 '옥탑방의 문제아들'만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프로그램의 톤을 조성하는 것에 제작진의 영향도 크지만 출연진의 기여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하차한 김용만부터 송은이 김숙 정형돈 민경훈 김종국의 공통점은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는 화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창 수다를 떨면서도 게스트의 약점을 끄집어내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유쾌하다. 어쩐지 이들의 바이브를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친숙함마저 느껴진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가는 길은 긴 시간 시청자들을 웃게 했던 '해피투게더'와 닮아있다. '해피투게더'는 장수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KBS 예능의 기둥이 됐다. 착한 예능의 표본이 된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오래오래 사랑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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