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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다운된 날이 오히려 편했다면? '사회생활 스트레스'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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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다운된 날이 오히려 편했다면? '사회생활 스트레스' 때문

입력
2022.10.21 12:30
수정
2022.10.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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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인간의 뇌, 대면·대화에 가장 많은 에너지 사용"
"스트레스 쌓이면 혼자 있는 시간으로 뇌 쉬게 해줘야"

16일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전송하지 못하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16일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전송하지 못하는 모습.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15일 메신저 응용소프트웨어(앱) 카카오톡이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고 손실을 봤다. 하지만 오히려 카카오톡이 동작하지 않은 '침묵'의 시간에 '해방감을 느꼈다'며, 카톡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톡이 없어서 불편한 사람이 많았다는데, 오히려 편했던 내가 이상할까.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한국의 카카오톡이 '사회생활'에 깊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사람이 사람의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가장 힘들다. 뇌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쓴다. 뇌가 30만 년 동안 진화를 하지 않았는데, 우리의 문명은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뇌는 24시간 사회 생활을 하라고 만들어진 뇌가 아니다"고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한국은 공동체 의식이 유난히 강한 사회다. "한국은 1인칭 단수 대명사보다 복수 대명사를 쓰는데, 다른 나라에선 그런 문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도농을 불문하고 하나의 거대한 도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5,000만이 한 동네에 산다고 보면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카카오톡은 이런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메신저 앱이다. 단체 채팅방, 일명 '단톡방'을 만들어 놓고 계속 초대해 광역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한 번 들어온 채팅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해서 '카톡 감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적도 있다. 경쟁 앱인 라인의 경우에는 초대장을 발송하고 이를 받아들이면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는 형태다.

김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메시지를 전달할 사람도, 받을 사람도 많다"면서 "일일이 대면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 직접 대면하거나 목소리를 주고받는 것은 줄여 주면서 대량성은 많이 확보가 되는" 카카오톡이 사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이렇게 일정 부분 강제된 '사회생활'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차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회생활을 잘하는 이들도 어느 날 갑자기 스트레스 때문에 대면하고 대화할 힘조차 없이 처지는 때도 있다. 김 교수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무기력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지난 일주일, 지난 한 달 너무 많이 만났고 너무 많이 '톡'하지 않았는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생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으로 뇌에 휴식을 줘야 한다. 이른바 '멍 때리기'가 심리적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된다. '멍 때리기'가 쉽지 않다면 자신의 직업과 상관이 없는, 흥미가 가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뇌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소진됐을 때 실수를 한다. 오히려 저녁 번개 약속을 잡는다"면서 "이미 약속을 잡아서 무를 수가 없다면, 약속장소 앞에 있는 공원이나 작은 카페에서 잠시라도 멍하니 있는 식으로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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