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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절반이 난방비"... 등윳값 폭등에 더 힘겨워진 저소득층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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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절반이 난방비"... 등윳값 폭등에 더 힘겨워진 저소득층 '겨울나기'

입력
2022.10.21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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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유 가격 1년간 71% 폭등... L당 1620원
기름보일러 쓰는 저소득 가구 "막막해요"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 올려도 역부족

1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에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이춘모(74)씨가 이불을 들춰 아래 깔린 스티로폼을 보여주고 있다. 나광현 기자

1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에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이춘모(74)씨가 이불을 들춰 아래 깔린 스티로폼을 보여주고 있다. 나광현 기자

“올 초 등유 200리터(L) 한 드럼이 20만 원 넘을 때도 비싸다고 다들 난리였는데, 이제 33만 원이래...”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에서 사는 독거노인 이춘모(74)씨는 요즘 ‘겨울나기’ 걱정에 한숨이 크게 늘었다. 기름보일러에 등유를 쓰는데, 가격이 1년 사이 71%나 폭등한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씨의 월 수입원은 생계급여 58만 원이 전부다. 등윳값으로 33만 원을 지출하면 나머지 25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그렇다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름값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실내 온도를 17~18도로 유지한 채 벽에 바람막이 비닐을 두르고 이불 밑 장판에도 얇은 스티로폼을 댔다. 그는 “낮에는 집 밖이 더 따뜻할 때도 많다”며 “하루 두 끼, 그것도 맨밥에 김치로 대충 때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등유 사용 184만 가구... 저소득층에 더 가혹

등유 가격 및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등유 가격 및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국제유가 하락에 휘발유와 경윳값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유독 등유는 폭등세가 꺾일 줄 몰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L당 등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9월 943원에서 올해 9월 1,62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등유 가격 급등은 저소득층 가구에 직격탄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를 보면,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ㆍ어촌이나 지방 소도시의 노후 주택 등 184만8,664가구가 기름보일러를 쓰고 있다.

이씨가 사는 남한산성면에도 기초수급대상 20가구가 기름보일러를 들여놨다. 102세 아버지를 모시고 남한산성면 검복리에 거주하는 임재혁(63)씨는 “아버지가 고령에 추위도 많이 타서 한 달 보름마다 500L를 채워드리는데 지난주에 82만 원을 썼다”고 말했다.

갑자기 커진 난방비 비중은 저소득 가구에 다양한 고통을 안긴다. 부실한 식사가 대표적이다. 최근 고물가까지 맞물려 이들은 하루 세 끼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씨 옆집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김정석(63)씨는 기름값 부담 탓에 건빵과 라면으로 겨우 두 끼만 때우고 있다. 김씨는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넉 달간 등유를 최소 4드럼(약 132만 원)은 사야 하는데 이렇게라도 아끼지 않으면 이번 겨울을 도저히 넘길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최대 감세"... 생존 문제인데 해법은?

1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에서 이춘모씨가 집 뒤편에 설치돼 있는 등유 보일러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광현 기자

1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에서 이춘모씨가 집 뒤편에 설치돼 있는 등유 보일러를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광현 기자

올 들어 더욱 가중된 ‘에너지 취약계층’의 어려움에도 정부는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등유에 붙는 세금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정부는 이미 법정 최대폭인 30%까지 깎아주고 있는 데다, 애초에 부과된 세금이 크지 않아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등유는 추가로 세금을 낮춰도 가격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7월 정부가 휘발유ㆍ경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폭을 30%에서 37%로 확대할 때 등유만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고육책으로 동절기 저소득층이 연탄, 기름 등 연료를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올 들어 두 차례 인상했다. 원래 12만7,000원(전 가구 평균)이던 것이 현재 18만5,0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 인상액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씨와 김씨의 경우 올겨울 1년에 한 차례 14만8,100원을 지원받는데, 등유 반 드럼(100L)도 살 수 없는 돈이다.

난방 문제는 취약계층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더 추워지기 전에 실효성을 갖춘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가 ‘할 건 다했다’는 태도로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즉시 에너지 빈곤 실태를 조사해 지원 예산을 늘리고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의 한 주유소에 유류 판매 가격판이 붙어있다. 휘발유와 등유의 판매가는 5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나광현 기자

18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의 한 주유소에 유류 판매 가격판이 붙어있다. 휘발유와 등유의 판매가는 5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나광현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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