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발매에 앞서 공연 여는 이날치
'범 내려온다' 신드롬의 주인공 이날치가 돌아온다. 토끼 간을 찾으러 뭍으로 나온 별주부 이야기를 그린 1집 앨범 ‘수궁가’에 이어 또다시 물속이 배경이다.
2집 앨범 발매에 앞서 28~30일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선보이는 공연 제목은 ‘물 밑’. 19일 공연장에서 만난 이날치의 박준철(베이스)은 새 음악에 대해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천문학자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히히하하’ 등 신곡 일부를 최근 무대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10곡 이상이 담길 예정인 앨범 수록곡을 전부 연주하는 건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이날치가 앨범 발표에 앞서 공연부터 하는 건 밴드의 시작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음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작곡가 겸 베이시스트 장영규가 2018년 음악극 ‘드라곤킹’의 음악을 맡으면서 프로젝트 성격으로 모인 팀. ‘범 내려온다’도 ‘드라곤킹’에서 처음 공연됐다. 이후 조금의 멤버 변동이 이어지며 현재 편성을 갖췄다.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지난해 합류한 밴드 ‘파블로프’ 출신의 박준철, 네 명의 소리꾼 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가 이날치를 이끌고 있다.
차기작은 판소리 다섯 마당(수궁가 심청가 춘향가 흥부가 적벽가)에서 가져온 이야기가 아닌 창작 스토리다. “이날치의 음악에서 판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기에 판소리가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다섯 마당의 남은 작품에서 가져와 쓸지 말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새로 음악을 만들며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리를 만들고 음악을 만드는 게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 생각했어요.”(장영규)
박정희 연출은 대부분의 가사를 쓴 권송희 박준철과 머리를 맞대고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 붙였다. “박 연출과 이야기를 나누며 최근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종말에 관한 이야기가 많으니 우린 그와 반대로 생명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생명의 탄생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물이 나오더군요.”(박준철)
이번 공연까지 만들어진 곡은 11곡이다. ‘물 밑’ 공연은 연극이나 음악극이 아닌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장영규는 1집 ‘수궁가’에 비해 여러 악기가 추가돼 거칠고 좀 더 록적이며 사이키델릭한 요소가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음원과 앨범은 모두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이날치는 자신들의 음악을 ‘퓨전 국악’이 아닌 대안적(얼터너티브) 팝이라 정의한다. ‘물 밑’은 다섯 마당에서 벗어나며 더욱 대중적인 음악이 될 듯하다. 안이호와 이나래는 “우리의 목표는 판소리를 하는 것도, 전통을 살리는 것도 아닌,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며 “음악적으로 어떤 게 좋은지 그에 맞는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날치가 2020년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협업해 선보인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 쓰인 뒤 '1일 1범'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 덕에 지난달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헝가리 등에서 해외 콘서트 투어도 했다. 영국 음악계의 거장 브라이언 이노도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박준철은 “이노가 ‘목소리들이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오간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노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출연한 영상을 보고 록 밴드 콜드플레이에게 이 팀을 소개해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 국민이 알 만한 히트곡을 보유한 밴드가 됐지만 이날치는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국내 대중음악 범주에서 밴드 음악은 제외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밴드 음악은 인디로 치부해버리죠. 밴드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나 공간이 거의 없어요. ‘범 내려온다’가 화제가 되고 관심이 많아졌지만 그게 없어졌을 때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자꾸 팝 시장 안에 밴드가 포함돼 있는 해외를 찾게 되는 듯합니다.”(장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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