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개최 위해 FIFA 눈치
최루탄 쏜 경찰 병력 형사처벌은 '차일피일'
축구협회 등에만 책임 전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132명의 관중이 사망한 일명 '칸주루한 참사'가 발생했던 축구 경기장을 철거하기로 했다. 축구장 시설이 관중의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해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에 맞게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경찰의 최루탄 발포 등 무리한 진압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아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발방지책은 뒷전… FIFA 눈치만 보는 인니
19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가 난 경기장을 철거하고 FIFA 기준에 맞게 다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인도네시아가 내년 5월로 예정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20세 이하(U-20) 월드컵 주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실제 이날 발표 역시 참사 현장 조사를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의 독대 뒤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FIFA에 납작 엎드린 조코위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그는 "FIFA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U-20 월드컵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FIFA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축구 문화를 완전히 변화시키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U-20 월드컵은 세계 축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선수들이 등장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2023 U-20 월드컵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등 전국 6개 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장 운영진 기소, 축구협회에 책임 떠넘기는 정부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참사 원인인 경찰의 무리한 진압 등에 대한 재발 방지책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네시아는 최근 칸주루한 참사와 관련해 축구협회 정책 담당자 등 6명을 기소하는 등 축구협회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참사 당시 경기장 수용 인원을 초과해 관중을 입장시켰고, 경기 종료 후 모든 출입문을 개방하도록 한 운영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루탄을 발포해 시민들을 희생시킨 경찰에 대한 처벌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참사 발생 직후 칸주루한 스타디움을 관할하는 동부자바주(州) 말랑 지방 경찰 고위직 일부가 해임됐으나, 현장에서 최루탄을 발포한 경찰 병력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마흐푸드 엠데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은 지난 14일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에 의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최루탄 독성 등에 대한 조사와 연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경찰 처벌 등) 최종 결과는 추후 다시 발표하겠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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