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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화재→폭발'...카카오 먹통 부른 열폭주에 ESS 안전성 또다시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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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화재→폭발'...카카오 먹통 부른 열폭주에 ESS 안전성 또다시 도마에

입력
2022.10.20 1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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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배터리, 화재시 파장 큰데
배터리 묶음인 ESS와 예비 배터리
소화 설비 기준 미비…업데이트 안 돼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남궁훈(왼쪽), 홍은택 대표가 최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남궁훈(왼쪽), 홍은택 대표가 최근 발생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15일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가져온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캠퍼스 데이터센터 화재가 지하 전기실 내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법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화재 발생 위험이 낮더라도 법규 사각 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1차 감식 결과 SK C&C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 내부의 배터리 보관 랙(선반)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하 3층 전기실 배터리 랙 5개가 모두 불에 탔다. 배터리와 랙 자체에 문제가 있었는지, 주변 배선 문제였는지는 2차 감식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저장장치(ESS)란 여러 배터리로 구성된 전력 장치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ESS 화재는 배터리 셀이 충격을 받거나 열을 너무 많이 받을 경우 생기는 '열폭주'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된 배터리에서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 과열되며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전압이나 과방전 등으로 배터리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불꽃이 발생하는데 다른 배터리셀로 옮겨붙으면서 불이 난다. 열폭주의 원인은 크게 △배터리 자체결함 △설치 과정의 결함 △운영 과정의 결함 등이 있다.

산업부가 5월 내놓은 'ESS 안전강화 대책'에 따르면, 배터리 열폭주를 막기 위해 배터리 충전율을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SK C&C는 2016년 데이터센터 가동 이후 배터리가 옥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율을 90%로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 못 따라오는 법률 기준, 업데이트 필요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차 감식을 했던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ESS로 인한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첫 번째 화재가 발생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2건의 화재가 ESS 때문에 일어났다. ESS로 화재가 날 때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명쾌히 해소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의 원인이 된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예비 배터리와 같이 사실상 ESS 역할을 하는 장치에 대한 법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무정전 전원장치(UPS)에는 연축전지가 쓰였는데 현재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쓰는데 이에 맞는 법이나 제도가 업데이트 안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리튬이온에서 불이 나면 연축전지 화재보다 더 강하게 타는데 이를 끌 수 있는 소화 설비를 얼마나 갖춰야 하는지와 관련한 기준이 없다"며 "소화설비 용량이 더 높았다면 좀 더 빨리 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앞으로 리튬이온에 맞는 소화 설비의 용량을 상향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ESS나 UPS용 예비 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에 들어 있는 배터리에도 리튬이온배터리가 쓰인다. ESS보다 규모는 작지만, 전기차 하부에는 100개 이상의 배터리셀이 담긴 모듈이 배터리팩에 들어 있다. 전기차의 무게 중심을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아래 쪽에 둔 것인데, 배터리는 충격이나 과열에 약한 탓에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과전압이나 과방전 등으로 배터리의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화염이 발생하는데 다른 배터리셀로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보급률이 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율을 자율에 맡기는 점도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안전을 위해 85~87%만 충전하도록 권하지만 실제론 최대 97%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로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봤다"며 "전기차의 화재 발생 확률이 낮더라도 대형 쇼핑몰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큰 건물에선 충전율을 자율에 맡기지 말고 전기차 충전기 자체에 충전율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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