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업 종료 발표 푸르밀, 전 직원 정리해고 통보
노조위원장 "회사 살리려는 사측의 노력 그간 없었다"
오너 일가 법인세 면제 혜택 위한 꼼수 결정 논란까지
"회장은 언론에 나와 회사가 적자라서 도저히 운영을 못 하겠다고 말하던데 본인들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노동조합이나 직원들보다 더 많이 양심껏 연구해본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범롯데가' 유통업체로 유가공 전문기업인 푸르밀이 수년째 이어진 적자를 이겨 내지 못하고 오는 11월 30일부로 사업을 접는다.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푸르밀 전직원은 지난 17일 이메일로 통보받았다. 갑작스러운 정리해고에 실직자가 될 처지에 놓인 400여 명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신준호(81) 푸르밀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직원들보다 10배 더 걱정이 많다. 회사를 살릴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고 사업 종료가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생산파트에서 28년을 근무한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18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측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위원장은 "자기들이 가진 어떤 권력마냥 이런 식으로 사원들을 내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신감을 느끼고 억울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경영 실적 악화로 사업 종료 이외에 선택지가 없었다는 사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회사가 스스로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사실상 없었다"며 반박했다.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비 투자 등을 노조가 꾸준히 요구했지만 회사는 수년간 모른 척 해왔다는 주장이다. 그사이 전직원들은 인원 축소와 임금 삭감 등의 희생을 감내해왔다.
특히 정리해고 통보 전에 회생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당연히 노사 간 대화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정리해고 통보 전 단 한 번 대표이사 면담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제가 노조도 제 손으로 해산하겠다고까지 얘기하며 사정을 했지만 더 이상 얼굴 볼 일 없다고 자르더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푸르밀이 사업 종료를 발표하며, 법인은 청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들려온다. 수백억 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노린 '꼼수 사업 종료'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직원들은 내쫓아 놓고 법인을 유지시켜 본인들 잇속만 챙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강하게 품고 있다"라며 "저희가 요구하는 건, 최소한 직원들을 위해 공장별로 매각을 시켜서 상생을 할 수 있게끔 해달라는 것이다. 그게 오너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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