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2020년 8월 숙박업소 경보기 설치 의무화
1년간 전국 936개 점검...58곳 '부적합' 확인
도시가스회사가 맡는 소규모 업소는 더 많을 듯
"안전공사 표준규정 모호해 현장 점검 어려워"
매년 반복되는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숙박업소의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가스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전국의 대규모 숙박업소 중 50여 곳 이상이 경보기 설치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도시가스업체들이 점검하는 소규모 업소까지 합치면 경보기 미설치 숙박업소 수는 더 늘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규모 숙박업소는 점검 사각지대
18일 한국가스안전공사(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가스보일러 안전점검을 실시한 전국 936개 ‘특정가스사용시설’ 숙박업소 중 58곳이 일산화탄소 경보기 '부적합' 통지를 받았다.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설치 위치가 적절하지 않은 업소들이다. 점검 주기가 ‘매년 1회’로 돼 있어, 이 시기 안에 검사를 받지 않은 업소들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부적합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안전공사가 아닌 각 지역의 사설 도시가스회사가 점검을 하는 ‘일반 숙박업소’의 경우엔 상당수가 점검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시가스사업법 등에 따르면 월 사용량이 많아 '특정가스사용시설'로 분류된 숙박업소는 안전공사가, 이외 숙박업소는 각 지역의 도시가스업체가 '가스보일러 안전점검' 때 경보기를 확인한다. 한 도시가스회사 관계자는 "계도기간 중 숙박업소에 설치 안내는 했지만 점검은 사실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보기는 ‘무색무취’인 일산화탄소 누출을 감지해 중독 사고를 막는 최후의 보루다. 특히 가스보일러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는 밀폐된 공간에서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에 경보기만 제대로 설치해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실제 2018년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고교생 10명이 목숨을 잃거나 의식을 잃었다. 안전공사에 따르면 2017~2021년 사이 20건의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해 45명이 죽거나 다쳤다.
"안전공사의 지침 부족해 현장 점검 어려워"
산업통상자원부는 강릉 펜션 사고 이후 가스보일러를 설치한 숙박업소에 지난해 8월까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경보기 가격도 대당 1만~2만 원에 불과해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포항의 모텔처럼 경보기 점검을 받지 않거나 설치가 적절하지 않은 숙박업소가 여전히 전국에 산재해 있다.
특히 안전공사 점검 범위 밖에 있는 소규모 업소는 현황 파악도 안 돼 있다. 도시가스업체 관계자들은 안전공사의 표준안전관리 규정 미비를 점검 한계 이유로 꼽는다. 안전공사의 표준안전관리 일산화탄소 경보기 규정에는 "일산화탄소경보기를 설치한 경우 점검 횟수를 1년 1회 이상으로 적용한다"라고 돼 있지만, 구체적 검사 기준이나 방법에 대한 안내가 없다. 대다수 지역의 도시가스업체 점검 방식이 해당 규정에 맞춰져 있어, 개별 업체가 시행규칙이나 시설기준을 일일이 찾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한 지역 도시가스업체 관계자는 "안전공사의 표준안전관리 규정에 따라 점검을 나가는데 이 규정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나 적정성을 판단하는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안전공사의 세부 지침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공사관계자는 "표준안전관리 규정의 설치 확인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인지하고 점검 항목을 구체화해서 추가하려고 계획 중에 있다"면서 "지역 도시가스사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연내 개정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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