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 5년 연장
고소득 노년층 건강보험료 인상 추진
정치적 부담 크지만 당분간 대형 선거 없어
일본 정부가 국민연금 납부 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75세 이상 고령자 중 고소득에 한해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9.1%로 세계 1위인 초고령사회 일본이 재원 고갈을 우려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제도에 칼을 대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역시 2025년이면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역시 2057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보여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금 적립금 고갈 우려, 건강보험료 세대 불균형 심각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현행 20~60세까지 40년인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을 65세까지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토 장관은 “이미 2019년 재정 검증에서 40년을 45년으로 할 경우를 추산해 제시한 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납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저출생 고령화 심화로 보험료 납부금과 지급액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당초 연금 적립금이 2115년까지도 유지될 것으로 봤으나 학계나 금융계에서는 2030년대부터 적립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적립금이 고갈되더라도 젊은 세대가 낸 보험료와 국비 지원을 통해 연금은 계속 지급되지만, 그만큼 국가 재정 부담은 커지게 된다.
75세 이상 고령자 중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연 소득이 900만~1,000만 엔(약 8,700만~9,700만 원)에 달하는 고소득자에게는 연간 보험료 상한(66만 엔)을 높이는 방식이다.
일본 의료보험 체계에서 75세가 넘으면 ‘후기 고령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의료비 개인부담금의 10~20%만 낸다. 일본의 기업 건강보험조합이 지난해 지출한 급여비는 4조2,469억 엔이었는데, ‘고령자 거출금’ 액수는 3조6,513억 엔에 달했다. 건강보험 급여의 85% 상당이 젊은 세대가 지원한 고령층 의료비였던 셈이다. 고령자 인구가 빠르게 늘자, 이들의 부담을 높여 지나친 재원 출혈을 막자는 취지다.
"정치적 부담 크지만 기시다 총리가 돌파해야"
젊은 세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보장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고령층 부담을 늘리는 것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고령층의 부담을 늘리면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인구 10명 중 3명이 고령자인 데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아, 정치적 부담도 크다. 그동안 연금과 보험 개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치권이 쉽게 나서지 못한 이유다.
그럼에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이를 추진하는 것은 앞으로 3년간 대규모 국정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 고령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치인이 노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실버 민주주의’가 위기 대응을 뒷전으로 미뤘다”고 지적하며 “당내 신중론이 높아지더라도 기시다 총리가 돌파하는 지도력을 보여줘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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