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업계, 동반성장위에 적합업종 지정 신청
대기업 "기존 중기 영역 존중" 상생 협약 제안
동반위, 21일 전체회의서 최종 결론 내릴 듯
"대기업 자본과 인력이 들어오면 중소업체는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서울 구로자원순환센터 김홍식 소장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난감해했다. 다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열분해유'로 만들어 다시 석유 화학 제품 원료로 쓰기 때문에 '도시 유전(油田)'이라 불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해도 되느냐를 두고 대기업과 영세 중소업체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등은 지난해 10월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했다. 동반위는 신청 접수 후 1년 내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동반위가 결정을 못 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정한다.
재활용 업계 중소기업들이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건 국내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는 취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재활용 업체는 2020년 기준 6,535곳으로 이 중 99%가 중소기업이고, 그중에서도 55%는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다. 설비 또는 기술 투자 없이 국가 보조금에 의존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활용할 폐플라스틱은 늘어나는데 첨단 설비나 기기 등에 대한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다. 과거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았던 대기업에 대한 불신도 영향을 줬다.
대기업·중소기업 한 발씩 양보... 상생협약 마련 중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3년 동안 해당 업계 진입과 사업 확장이 금지된다. 1회에 한해 연장도 가능해, 대기업들에는 최대 6년까지 진입 장벽이 생기는 셈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를 구하기 위해 환경시설관리 업체나 폐기물 업체,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선별장을 사들이던 대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산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국제 사회의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규제도 대기업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5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함량이 25% 이하인 플라스틱 용기는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좋은 품질의 원료(폐플라스틱)를 못 구하면 해외에서 사들여야 하는데, 이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은 낮아지고 연평균 7.4%의 성장률을 보이는 폐플라스틱 산업에서도 뒤처지는 걸 의미한다.
다행히 양측의 의견 차가 좁혀진 모양새다. 적합업종 실무위원회는 지난주 큰 틀에서 적합업종 권고보다는 양측이 상생 협약을 맺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대기업들은 기존 중기업체의 영역을 존중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했다"며 "중소업체들도 재활용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 지원을 받아 협조하겠다며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섰다"고 말했다. 양측은 상생 협약에 담길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동반위는 21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적합업종 지정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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