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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킹달러' 누리려면 통화스와프 응해야

입력
2022.10.1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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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금융시장에는 킹달러로 지구촌 곳곳이 '킹받고' 있다는 말이 유행한다. '킹받는다'는 '엄청나게 열을 받는다'라는 속어인데, 그렇다면 지구촌이 달러 강세에 그토록 열받는 이유는 뭔가? 그건 달러 강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에 기인한 '인재(人災; man-made disaster)'에 가깝고,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과 유학비용의 급증 등 달러 강세의 폐해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올 들어서만 3월부터 5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인상폭도 6개월 사이에 3%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1년 만의 최고치인 9.1%까지 치솟았고 9월에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8.2%로 발표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형적인 '공급 측 인플레이션'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크다고 느낀 나머지 '과도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한두 차례 더 계획하고 있는 등 당분간 인상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주요국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는 파운드화의 경우에도 올 들어 19%나 하락했다. 글로벌 긴축에도 불구, 금융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엔화도 26%나 하락해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타격을 많이 받았다. 원화도 20% 하락한 상태이나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한 상황이다. 4,3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7,400억 달러가 넘는 순대외자산 그리고 28%에 머물고 있는 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 등은 1997년 또는 2008년의 상황과는 다른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물론 최근 경상수지가 2020년 4월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선 점은 다소 우려되는 점이나, 추세적인 방향의 전환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킹달러'라는 단어에 걸맞게 미국은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킹(king)' 즉, 왕의 본래 역할인 백성들의 고통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 킹덤의 유지비용인 셈이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발행해 엄청난 '주조차익(seigniorage)'을 바탕으로 왕좌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해야 글로벌 주조차익을 누릴 자격이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도 이런 관점에서 당위성을 설득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발 위기였다. 위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 연준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킹달러로 지구촌이 킹받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도록 말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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