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임명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이신화
"유엔 표 대결 심화… 생각 다른 나라 설득해야
인권 대표국 되는 게 중요… 北 문제가 시금석"
최근 방미, "北 위협, 인권과 함께 언급을" 제안
"서해 피격 文 사과를… 인권재단은 법 이행 문제"
한국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2006년 기구 출범 이후 처음 겪은 충격적인 결과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아시아의 경쟁국에 밀려 '외교 참사'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16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오락가락했던 결과를 유엔에서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진영이 중국·러시아와 대립하면서 유엔이 분열되고 표 대결이 노골화한 점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이 대사는 2017년 9월 이후 공석이던 자리를 5년 만에 채웠다. 그만큼 할 일도 많다. 지난달 28일 유럽연합(EU)을, 이달 5일에는 미국을 찾아 부지런히 접촉면을 넓혔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의 인권 대표국이 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 인권 문제에 국제사회를 끌어들이는 레버리지(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과 EU 방문에서 강조한 것은.
"미 백악관과 국무부에 북한인권특사(현재 공석) 임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분명한 경고이자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유럽 등 다른 국가에는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당장 어렵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위협을 언급할 때 '인권 문제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언급하면 좋을 것이라는 제안도 했다.
대사 취임 후 제게 가장 관심을 보인 건 유럽의 이른바 '놈(norm·규범) 파워'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기대에 비해 적극성이 많이 떨어졌다. 북한과 지정학적 거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피로감도 있는 것 같다."
-유엔에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안건이 부결되고, 한국은 인권이사국 진출에 실패했는데.
"미중 경쟁 속에 인권 문제가 정쟁화하면서 국익을 따지는 '스윙보터'가 늘었다. 저개발국의 경제·인프라에 공들인 중국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인권이사국 낙선도 이런 환경과 연관돼 있다. 다만 우리가 아시아의 '인권 대표 선수'였다면 떨어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국내외 상황에 휘둘려온 성적표를 받아드는 시작일 수 있다. (2024~2025년 진출을 노리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는 들어가야 한다. 2017년 이후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논의가 안 되고 있는데, 다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어떤 국가와 협력이 중요한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를 끌어들여서 레버리지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다. 생각이 다른 국가도 설득해야 한다. 남북 양쪽에 대사관을 설치한 국가 대사들도 만나고 싶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우리와 입장이 유사한 국가들의 절대적 지지다. 한국이 '놈 파워'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 인권 문제가 그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최근 첫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다행히 납북자, 국군포로, 탈북민, 여성, 아동 등 여러 주제가 포함됐다. '대북 관여' 내용도 있는데 구체적으론 언급되지 않았다. 향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책임 규명만 말해선 북한 주민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관여가 중요하다. 가령 대북 인도지원을 어느 정도로, 얼마나 투명성을 갖고 할 것인가에 대해 국제사회 합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선 탈북 어민 강제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논란이다.
"북한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두 사건 모두 책임을 규명할 때 북한이 처벌 대상이다. 힘을 모아 지적해도 북한이 움직이지 않을 텐데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 서해 피격 사건 당시 김정은 친서를 공개했는데, 편지 한 장에 감사해야 하나."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데.
"여야가 어렵사리 합의해서 만든 북한인권법에 따라 제가 임명됐는데, 아이러니하게 미국 의원들은 제게 만나자고 하는 반면 우리 국회의원들은 만나지 못했다. 재단 출범은 북한인권법 이행의 문제다. 북한 인권을 놓고 보수, 진보가 쪼개진 상황이 말이 되나. 접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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