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공화당 사이에서 오락가락
우크라전 해법·대만 문제까지 참견
"트위터 인수 뒤 영향력 확대 포석"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사업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트위터에 올리는 좌충우돌 발언으로 웬만한 연예인보다 뉴스 헤드라인에 더 자주 오르내리는 ‘셀럽’이지만, 최근에는 그 수위가 지나쳐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 정치 현안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 대만 관계 같은 지정학적 사건까지 온갖 분야에 참견한다. 트위터 인수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 내세워 민주·공화당 사이서 줄타기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를 자처하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치를 피하고 싶다’거나 ‘정치권 밖에 머물고 싶다’고 말해 왔지만, 정작 행동은 정반대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보여준 ‘언행 불일치’ 및 ‘말 바꾸기’ 사례들을 추적했다.
미국 정치와 관련해 올해 5월 머스크는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11월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하더니, 8월에는 “나는 공화당의 좌파와 민주당의 우파를 지지한다”고 중도 노선으로 갈아탔다. 최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글을 썼다.
사업가도 정치적 성향과 견해를 피력할 수 있고, 때론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대마초 비범죄화’ 추진 계획에 흔쾌히 ‘엄지척’을 날리고,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봉쇄 정책에 강력히 반발한 것처럼 머스크가 정부 정책에 찬반 의사를 밝히는 건 자유다. 그러나 국제 외교안보 이슈이거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사건에 대해 위험한 의견을 내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얘기다.
“키신저라도 되는 줄”… 우크라전 대만 문제까지 개입
이달 4일 머스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안’이라면서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러시아 점령지에서 러시아 귀속을 묻는 주민투표 재실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편입 △우크라이나 중립화 등 러시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군에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까지 제공해 준 머스크의 변심에 우크라이나는 거세게 반발했다.
지정학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11일 뉴스레터에서 “머스크가 평화안을 제안하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했다고 내게 털어놨다”고 공개했다. 사실이라면 일반 미국 시민이 허가 없이 외국 정부와 연락하거나 협상하는 것을 금지한 ‘로건법’ 위반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칼럼을 통해 “푸틴이 대본을 쓴 듯한 43개 단어로 평화 계획을 말하기에 트위터보다 더 나은 장소가 어디 있겠냐”며 “머스크는 자신이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이달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홍콩을 ‘홍콩특별행정구’로 표기하듯, 대만도 ‘대만특별행정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통제권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었다. 대만은 분노했고, 중국은 내심 만족스러워했다. 중국 내 테슬라 판매를 늘리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발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극도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양안 문제에 대해 가볍게 입을 놀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위터 인수로 발언 영향력 확대… “의도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쏟아낸 일련의 발언들을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머스크가 팔로어 1억900만 명을 거느리고 있어 발언 자체가 갖는 파급력도 상당하지만, 트위터 인수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론의 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규정하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미 국회의사당 난동을 부추겼다 트위터 계정을 삭제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를 허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머스크는 소설미디어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는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여느 기업가와 달리 정치 분야에서 중요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알렉산드라 시론 코넬대 행정학 조교수도 “머스크는 논쟁적인 콘텐츠가 널리 공유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여론이나 금융시장을 조종하려고 시도했을 수 있다”며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에서 어떻게 이익을 얻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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