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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홍어' 맹추격에… '홍어 원조' 흑산도 "어획량 제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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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홍어' 맹추격에… '홍어 원조' 흑산도 "어획량 제한하라"

입력
2022.10.19 05: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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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홍어 2017년 3톤서 지난해 1376톤으로
해수 온도 상승 어청도 해상에 홍어 어장 형성
군산은 어획량 제한 적용 받지 않은 영향도 커
신안 "품질 비교 불가… 어족 보호 노력 전국으로"

17일 오전 전북 군산수협 해망동위판장 직원들이 군산 어청도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를 위판을 위해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군산시수협 제공

17일 오전 전북 군산수협 해망동위판장 직원들이 군산 어청도 앞바다에서 잡은 홍어를 위판을 위해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군산시수협 제공

'흑산도 홍어' 아성에 전북 군산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인 홍어 어장이 군산 어청도 앞바다까지 북상하면서, 군산의 홍어 어획량이 흑산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은 이에 홍어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확대를 요구하면서 전남과 전북의 자존심 경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전국 홍어 위판량 43% 차지

18일 군산시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군산수협에서 위판된 홍어는 1,376톤으로 전국 판매량 3,121톤의 43%를 차지했다. 허용어획량 제도를 적용 받는 신안이 연평균 500~600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잡힌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3.7톤에서 2018년 37톤, 2019년 224톤, 2020년 916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785톤을 위판했다.

군산 앞바다의 홍어 어획량 증가는 해수 온도 상승 탓이다. 2019년 이후 서해안 바닷물 온도가 1.5도 정도 올라 홍어와 오징어,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크게 늘고 있다. 홍어는 어청도 앞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는 게 군산 어민들 얘기다.

17일 전북 군산수협 해망동위판장에서 홍어 경매가 열렸다. 군산시수협 제공

17일 전북 군산수협 해망동위판장에서 홍어 경매가 열렸다. 군산시수협 제공

군산이 2009년부터 도입된 흑산도 근해와 서해 북위 37도 이북인 인천 옹진군 해상의 허용어획량 제도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도 홍어 풍년의 이유로 꼽힌다. 군산 어선들이 애초부터 홍어 잡이를 노린 건 아니다. 충남과 전남에서 근해 연승어업(낚시로 잡는 어업) 면허를 사온 선주들이 11척의 배로 대구 잡이에 나섰다가 2017년부터 어청도 앞바다에 형성된 어장에서 홍어를 잡아 올리고 있다. 어획량 제한을 받지 않는 군산 어선들은 금어기(6월 1일~7월 15일)만 빼고 연중 홍어를 잡는다.

'군산 홍어' 시대 준비하는 전북도와 군산시

어획량은 늘고 있지만 군산 홍어는 아직 흑산도 홍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흑산도 홍어가 대(大)자 기준 38만 원인 반면, 군산 홍어는 12만~15만 원에 위판된다. 군산수협 유상규 해망동위판장장은 "브랜드화 부재로 군산은 여전히 홍어의 변방"이라며 "위판량의 20% 정도만 군산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전남 목포와 광주, 서울 등에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어 운반선 선주인 김용대(54) 근해연승협회 사무국장은 "군산 홍어는 과밀 낚시로 잡는 흑산도 홍어와 달리, 낚시에 미끼를 걸어 잡기 때문에 활어 상태에서 포획이 가능하고 상처가 없어 신선도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군산 홍어는 수산물 이력제가 없고 브랜드화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이에 '군산 홍어' 시대를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6일 전북도와 군산시, 군산수협은 홍어 소비 촉진과 지역 특화상품 개발 방안 마련을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판로 개척을 위한 직거래 장터 설치와 수산박람회 참가, 포장재 디자인 개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역 자체 소비 활성화를 위해 목포와 전남 나주처럼 홍어특화거리를 조성하는 한편, 젊은 층을 향한 반건조 상품 개발을 준비 중"이라며 "수산물 이력제와 지리적 표시제 등록을 통해 군산 홍어 브랜드화에도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7일 군산 어청도 앞바다에서 라파엘호 선원이 낚시에 걸린 홍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군산시수협 제공

17일 군산 어청도 앞바다에서 라파엘호 선원이 낚시에 걸린 홍어를 끌어올리고 있다. 군산시수협 제공


신안군 "흑산도 홍어 맛은 못 따라와"

어획량 제한으로 군산에 원조 홍어잡이 자리를 위협받는 신안군도 지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흑산도 홍어잡이 선장인 이상수씨는 "홍어 주산지가 군산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는 신안 어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면서 "어획량 제한 때문에 군산에서 홍어잡이가 늘고 있지만 맛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에 따르면, 홍어잡이 전문어선(근해) 9척과 소형어선(연안) 10척 등 총 19척이 올해 7월부터 내년 5월 말까지 할당 받은 홍어 허용어획량은 592톤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는 583톤을 배정 받아 505톤을 위판했다. 어획량 제한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신안 어민들은 홍어 허용어획량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먹잇감을 찾아 이동하는 홍어 특성을 고려하면, 일부 지역에만 적용하는 어획량 제한 제도로는 '어족 보호'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안군수협 관계자는 "흑산도 홍어는 다른 지역보다 살이 더 올라 있고 맛도 찰지다"면서 "어족 보호를 위해서라도 허용어획량 제도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 최수학 기자
신안=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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