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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반일 정치...민주당 지지율 상승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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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반일 정치...민주당 지지율 상승 불러올까

입력
2022.10.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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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반일 발언 후 지지율 상승
일주일 새 지지율 민주당 6%P↑ 국민의힘 1%P↓
여론 전문가 "반일 효과인지는 이번 주 추세 봐야"



"한·미·일 훈련은 극단적 친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한마디가 때아닌 '색깔론'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한미일 군사훈련을 '친일 국방'이라 비판한 데 이어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릴 수도"(10일), "좌시할 수 없는 안보 자해"(11일)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서울에 인공기는 걸려도 괜찮냐"며 '종북' 공세로 맞섰다. 특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식민사관 논쟁까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의 연이은 반일 공세에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의 '친일 국방' 주장은)민주당의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 진영에서 보수 우파 정권을 공격하는 데 전가의 보도처럼 계속 사용해 왔다. 그것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문민정부 이래 반복된 '반일 후 지지율 상승'

1995년 8월 15일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옛 조선총독부의 첨탑이 철거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5년 8월 15일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쓰이던 옛 조선총독부의 첨탑이 철거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통령의 반일 발언에 대한 지지층 결집 효과는 역대 정부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16일 본보가 1992년 이후 국정 지지율을 살펴본 결과, 문민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반일 발언이나 관련 대책이 나온 직후 국정 지지율이 대부분 상승했다.

일본을 국내 정치에 활용한 '반일 정치'는 문민정부 집권 3년차이자 해방 50주년인 1995년, 광복절을 일주일 앞두고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이른바 '역사바로세우기'로 본격화된다. 김영삼(YS) 대통령은 대일(對日) 외교에서 강경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한중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천명했다. 이른바 "이번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는 발언이다.

이 기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YS의 국정 지지율은 7월 29.2%⟶12월 32.3%⟶1996년 2월 41.3%로 상승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쌀시장 개방이 예고된 후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던 시점에서 반전을 이룬 셈이다. 이 기간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7월 44.5%⟶12월 38.8%⟶96년 2월 33.3%로 하락했다.

반일의 마법이 다시 발휘된 건 참여정부 때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 김대중(DJ) 대통령처럼 실리적인 대일관계를 설정했다.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새로운 한일관계를 설계하는 '신(新) 대일 독트린'을 발표했고, 6월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2005년 2월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2006년 4월 25일 노 대통령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천명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며 한일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일본 역사교과서·독도 발언, 지지율 상승효과 있어"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 주둔 경비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 주둔 경비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담화문 발표 직후 국정 지지도 역시 상승했다. 당시 청와대 여론조사 결과 추이를 근거로 참여정부 집권 4년차 국정 지지율을 분석한 한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들어 30%대 초반 수준을 유지하던 지지도는 노 대통령이 사실상의 '독도 주권선언'인 한일관계 특별담화를 발표하면서 43%까지 치솟았다.'

반일 정치가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다 직접적인 학계 분석도 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5년간 국정 지지율과 탄핵, 대연정 제안 등 13가지 정치 변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남북정상회담과 일본역사 교과서 및 독도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결론 내렸다(한국정당학보 논문 '지지율로 본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이명박(MB) 정부, 문재인 정부 때의 사례는 최근의 '친일 국방' 공방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8월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해 하락세였던 지지율을 8%포인트 끌어올렸다. 20%에 불과했던 국정 지지율은 독도 방문 직후 여론조사에서 26%로 상승, 3주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한국갤럽).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후 일본의 무역 보복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극일(克日)을 내세우며 버틴 2019년 7월 국민 여론은 '잘 대응하고 있다'(50%, '잘못 대응'은 36%)는 쪽이었고 대통령 지지율 역시 상승했다(45%⟶48% 한국갤럽). 상승세는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며 이른바 '조국 대전'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친일‧반일 공방이 과거 '빨갱이', '종북'만큼이나 강력한 선동 도구로 등장한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진보진영의 정치적 스승으로 꼽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9년 '빨갱이라는 표현과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 잔재'라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이념 대립을 부추긴 관제 민족주의(official nationalism)"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한국국제정치학회의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학술대회 발제문에서 "정부가 일제 청산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거나 행동한다면 그건 위선"이라며 "가능하지도 않은 걸 옳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건 정치적 목적을 위한 기획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해법 없는 반일'에는 피로감 느낄 수도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2018년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2015한일합의', '화해치유재단'이라고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공식 발표한 2018년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2015한일합의', '화해치유재단'이라고 적힌 종이를 찢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친일 국방 카드가 3년 전 '극일의 마법'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조금씩 갈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부터 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반일 발언 후 지지율 상승세가 약해졌지만,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반일 행보로 양국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며 '해법 없는 반일'에는 국민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합의 파기에 따른) 대안을 내놓지도 않을뿐더러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키지도 않으면서 진보도 일본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로 설치했던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 2018년 11월, 국정 지지율은 답보 상태(54%⟶52%⟶53% 한국갤럽)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이번 친일 공방은 "대장동, 백현동 이슈가 묻히는 부가적 효과"(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에 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의 반일 정치들이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이번 공방이 역효과를 낼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한‧미‧일 군사 훈련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라며 "이를 친일과 엮으면 오히려 (민주당 내) 중도층이 이탈하는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도층이 대체로 경제는 진보적 성향, 안보는 보수적 성향을 갖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식민사관 논쟁으로 이어지며 양당 모두 "내 지지층이 결집하기보다는 상대당의 지지층 확장에 타격을 주는 효과"(홍형식 소장)가 나올 거란 전망도 있다.

"지지율 변수 많고 반일 효과는 단기적"

1998년 10월 9일 김대중(왼쪽)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가 도쿄 영빈관에서 '21세기 새 시대를 위한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10월 9일 김대중(왼쪽)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가 도쿄 영빈관에서 '21세기 새 시대를 위한 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일 정치에 따른 지지율 상승이 단기에 그치는 만큼 '멀리 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지지율은 여러 복합적 상황이 작용한 결과이고, 반일 발언이나 정책 이후 지지율 상승세도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과의 외교에서 자신의 일본 이름을 말하기도 하는 등 지금 민주당 입장에서는 '친일 행위'를 했지만 한일관계를 개선할 때마다 지지율이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양국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낸 1998년 10월 무렵 국정 지지율은 7%포인트(9월 55.8%⟶12월 62.8% 한국갤럽) 상승했다.

한국갤럽이 11~13일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오른 38%, 국민의힘 지지율은 1%포인트 내린 32%를 기록했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28%였고, 국정 수행을 긍정평가한 이유로 국방‧안보를 꼽는 응답자(11%)는 6%포인트 늘어난 반면, 외교를 꼽은 응답자(9%)은 3%포인트 줄었다. 같은 조사에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이 필요하다(49%)는 의견과 필요하지 않다(44%)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한 여론조사업체 전문가는 "수주째 양당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라 민주당 상승세를 말하려면 적어도 이번 주까지는 이 추세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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