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충구역내 사격... 9·19 군사합의 위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전문가들 "사실상 불가능"
"한반도 비핵화 포기·NPT 탈퇴·미 의회 인준 받아야"
9·19 군사합의 위반인 게 맞다. 저희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14일 북한이 군용기의 대남 시위성 비행 직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고 동·서해안 양측에서 포병 사격을 실시하는 등 동시 도발을 감행한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빈틈 없이 대비 태세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의 해상완충구역 내 방사포 사격에 대해 '9‧19 합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4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이 언론에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만 13번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참석자들은 북한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미·일 및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권 일부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아침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아니다, 우리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통해서 북한에 대한 핵 억제를 발전시켜 나가겠다, 이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의 잦은 도발에 최근 며칠 간 여권 뿐 아니라 정부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11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있다"고 말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틀 뒤인 13일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며 수위를 한층 낮췄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술핵 vs. 전략핵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위력을 줄인 핵무기다. 전략핵은 최소 100kt(킬로톤·1kt은 TNT 1000t)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핵무기로, 도시 하나를 없앨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전술핵은 100kt 미만의 위력으로, 파괴 범위가 좀더 제한적이다. 제2차 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 ‘리틀 보이’의 위력이 16kt 규모였다.
이런 기류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입장'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우리가 제공받고 있는 핵우산 자체도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고, 이건(전술핵 재배치) 전적으로 미국의 결정사항"이라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핵 구상에 의해서 나토를 제외한 해외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들을 전부 빼내는 정책을 폈다. 그 이후 미국 관련 어떤 작전계획 내에 전술핵을 사용해서 핵우산을 가동한다는 개념은 폐기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연일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여권의 전술핵 재배치 요구와 관련해 "한국에 물어보라"고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다음 날 미 국무부는 "그들이 그들의 정책에 대해 말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며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걸(전술핵을) 가져오려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우리 한반도 비핵화 포기, 핵비확산 조약(NPT)에서도 애매하지만 나와야 된다. 그리고 우리가 원한다고, 윤 대통령 원한다고 (배치되는 게) 아니다. 바이든이 동의하고 미국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되는, 상원, 하원. 첩첩산중"이라고 설명했다. 서 명예교수는 "지난 2월 미 국무부 한일담당 부차관보가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핵 정책을 모르고 있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고 밝힌 바 있다. 전술핵은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는 대응 방안은 미국 전략자산의 동해상 순환 배치다. 신범철 차관은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는 우리가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 전단을 동해에 상시적으로 배치하거나 전략폭격기를 교대로 배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데, 구체적인 전략자산과 시기, 비용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우리 정부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추진했지만 미국이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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