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정부 여당은 정녕 위기를 보지 못하는가

입력
2022.10.17 00:00
26면
0 0
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세계사적 전환기에 정치권 저질정쟁
위기의식 결여된 여권 실책 이어져
총리 중심 외교·안보 참모 보강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 세상은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하더라도 유럽 질서를 재편할 만한 대사건이며, 강대국 중국이 야기하는 위험과 북한의 무모한 핵 도발은 동북아 정세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이처럼 안보,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세계가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하루하루를 저질적 정쟁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국내외적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윤석열 정부는 권위 그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 윤석열 정권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대통령이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등 대통령은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취임한 지 반년 만에 대통령의 메시지가 거부되는 현상을 대통령 본인과 참모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의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내년 예산안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통과될지도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난맥상과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를 처리하는 등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내년 봄까지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듬해 총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정권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로 정상을 찾는가 했더니 공연한 역사 논쟁으로 역풍을 자초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역사 인식은 깊이도 없고 문제도 많지만, 그것을 비판하려면 비판할 만한 사람이 제대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 친일 문제를 두고 논쟁하기 위해선 그런 논쟁에 나서는 사람부터 친일 논란에서 자유로워야 하는 법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전에는 노사정위원회라고 불렸던 경사노위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기구임이 드러난 지가 오래다. 경사노위는 이미 용도가 다한 기구라고 선언하고 폐지하는 방안을 택했더라면 차라리 박수를 받았을 텐데, 김 전 지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해서 야당이 포문을 여는 구실만 제공했다. 그 외에도 과거에 창피스러운 물의를 일으켜서 비난을 받았던 인사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고 있으니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못 인사를 비난할 수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비판 언론에 대해선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다니 언론을 적대시한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그나마 알고 있고 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 등 민생문제는 경험 많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경제 각료들이 끌고 가도록 해야 한다. 외교와 안보 정책에 대해선 참모진을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태로 2024년 총선을 치른다면 국민의힘은 참패할 것이고 윤 대통령은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상태의 민주당이 국가를 운영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는 전에 없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