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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볼

입력
2022.10.14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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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8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아마추어 피클볼 대회에서 선수들이 라켓을 들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8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아마추어 피클볼 대회에서 선수들이 라켓을 들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 미국프로풋볼(NFL)의 톰 브래디 등 스포츠 슈퍼스타들이 최근 앞다퉈 구단주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빌 게이츠에겐 50년 된 취미 생활이다. 종주국 미국에서 최근 5년간 이 운동을 즐기는 인구는 연평균 12%씩 늘어 지난해 480만 명으로 불어났다. 탁구, 배드민턴, 테니스를 합쳐놓은 듯한 종목, 피클볼(pickleball) 얘기다.

□ 피클볼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단복식으로 겨루는 구기 종목이다. 탁구 라켓 모양이지만 길이는 4배 정도인 '패들'을 들고 구멍이 송송 난 플라스틱 재질의 공을 친다. 코트 규격은 배드민턴과 같지만 네트 높이는 36인치(약 91㎝)로 그보다 낮다. 경기 규칙은 테니스와 비슷하다. 다만 서브는 언더핸드(올려치기)로 넣어야 하고, 네트와 가까운 구역에선 발리(공이 바닥에 닿기 전 상대편으로 넘기는 것)를 할 수 없다.

□ 피클볼은 1965년 여름 미국 워싱턴주에서 탄생했다. 주 하원의원 조엘 프리처드와 사업가 빌 벨이 주말에 가족들과 배드민턴을 치려다가 장비를 찾지 못하자, 눈에 띄는 대로 탁구 라켓과 구멍난 플라스틱 공으로 시합한 게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이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볼 요량으로 친구 바니 매컬럼과 함께 경기 규칙을 만들고 피클볼이란 이름을 붙였다. 종목명 유래를 두고 프리처드네 반려견 이름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돌았지만, 수년 뒤 당사자들이 지역 보트 경주 대회인 '피클 보트'에서 따왔다고 바로잡았다.

□ 이후 오랫동안 미국을 벗어나지 못한 채 '노년 스포츠'로 인식됐던 피클볼은 코로나 유행 기간에 전 연령대로 급속히 퍼졌다. 신체 접촉이 없고 테니스만큼 힘들지 않은 점이 인기 비결이었다. 프로 선수도 생기면서 미국에선 2018년 투어 형식의 피클볼프로투어(PPA), 2021년 토너먼트 대회 형식의 메이저리그피클볼(MLP)이 각각 출범했다. 스타들이 대거 투자에 나선 MLP는 올해 12개였던 팀이 내년 16개로, 대회는 3개에서 6개로 확대된다. 한국엔 2016년 도입돼 지역 동호회 중심의 생활스포츠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훈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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