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지급 놓고 보험사·소비자 분쟁 심화
양측 유리한 판례 들며 "내가 맞다" 주장
전문가들 "지급 기준 통일이 우선 돼야"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가입자 간 법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실소연)는 백내장 실손보험금 부지급 관련 공동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가입자가 1,000여 명을 돌파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6월 진행한 1차 공동소송에서 300여 명이 참여했는데, 3개월 만에 참여 인원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실소연은 "보험권 사상 최대 인원이 참여하는 공동소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핵심 주장은 보험사가 부당하게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담당 주치의가 백내장 판정을 내렸더라도 별도의 의료자문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를 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는 사례들이 주로 접수됐다. 공동소송을 진행 중인 장휘일 변호사는 "보험사는 약관에도 없는 부당한 기준을 내세워 가입자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판례는 엇갈린다. 올해 8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보험사가 가입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보험사는 '가입자 A씨의 세극등 현미경(특수 조명장치와 현미경으로 구성된 검사도구) 검사상 백내장이 아니다'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는데, 법원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한 결과는 조명 각도·촬영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 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1월 서울고등법원은 '가입자 B씨가 받는 백내장 수술은 그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라고 판단했다. 애초 B씨의 백내장 치료가 입원치료 대상이 아니기에 입원의료비(한도 5,000만 원)가 아닌 통원의료비(한도 25만 원)만 지급해도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었다.
판결이 엇갈리면서 소비자·보험사 측은 각각 유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 대표는 "B씨 판례는 수술한 병원이 기록상 입원실을 갖추지 않는 등 매우 특수한 사정이 반영된 경우"라며 "담당 주치의 판결을 존중한 A씨 판례가 온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A씨 판례는 1심으로 향후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며 "백내장 치료 자체를 입원치료로 볼 수 없다는 B씨 판례가 정당하다"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법적 분쟁 이전 단계에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백내장을 둘러싼 개별 소송들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기에 판례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보험사·소비자들이 법원 문을 두드리지 않도록 현재 들쑥날쭉한 지급 기준을 일관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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