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공무원 보수 인상률 1.4% 수준 제출
의정비심의위 28일까지 인상액 최종 결정
동구의회, 월정수당 100만원 인상 추진
4개 자치구 의회도 대폭 인상 추진 나서
대전 지방의회가 줄줄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고물가로 아우성 치는 서민들은 아랑곳없이 '제 밥 그릇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현재 5,938만 원인 의정비를 공무원 인상 보수인상률(1.4%)을 적용해 인상하는 안을 제출했다. 시의회는 이달 말까지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거쳐 2026년까지 적용하는 의정비 인상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 여비·직무 보수 성격의 월정수당을 합해 책정된다. 이 중 의정활동비는 월 150만 원으로 고정돼 인상할 수 없다. 다만 월정수당은 각 지자체가 구성한 의정비심의위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월정수당 인상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주민 수, 지방의회 의정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시의회의 의정비 인상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원 1인당 지역 주민 수와 재정자립도가 매년 떨어지고 있어서다. 시의원 1인당 주민 수는 지난해 기준 6만6,011명으로 8대 의회(2018년)에 비해 1,713명 줄었고, 재정자립도는 지난해보다 4.11%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5개 자치구의회도 잇따라 의정비 인상에 나섰다.
가장 많은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동구의회다. 동구 의정비심의위는 내년도 월정수당 100만 원 인상을 결정했다. 동구의회에서 당초 월 70만 원 인상안을 제출했는데 심의위원들이 30만 원을 더 얹어줬다. 재정자립도가 한 자리수(9.97%)로 대전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은 동구에서 파격적인 의정비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대로 확정될 경우 동구의원은 1인당 5,160만 원의 의정비를 받게 된다. 의정비심의위는 다만 인상액이 큰 만큼 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인상액을 최종결정키로 했다.
올해 재정자립도가 10% 초반대에 불과한 대덕구와 중구도 각각 월 80만 원(연간 960만 원) 및 월 53만원(연간 636만 원) 인상을 결정하고, 주민 의견수렴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대덕구는 애초 1차 회의에서 0.98%(2만1,168 원) 인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의회에서 재심 요구를 하고, 월 100만 원 인상안을 제출함에 따라 심의위가 2차 회의를 진행한 끝에 80만 원 인상을 결정했다.
유성구의회도 월정수당을 월 60만 원(연간 720만 원) 인상안을 결정하고, 공청회를 거쳐 인상액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심의위가 1차 회의에서 월정수당 월 3만6,000 원 인상을 결정했던 서구의회는 다른 자치구의회의 인상 폭이 커지자 13일 재심의를 통해 당초의 20배에 육박하는 월 70만 원 인상을 결정했다. 서구심의위는 여론조사를 거쳐 오는 28일까지 최종 인상액을 확정할 방침이다.
5개 자치구의 의정비 인상안이 의견수렴을 거쳐 이대로 확정되면 의원들은 1인당 4,435만 원~5,160만 원을 받게 된다.
대전 자치구의회의 파격적인 의정비 인상 행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은 안중에 없고, 의정활동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정작 의정비 인상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를 기록했다. 7월 물가상승률이 6.3%에 달한 이후 8월(5.7%)에 이어 두 달째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5%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상래 대전시의장은 9대 의회 첫 정례회 기간이던 지난달 이장우 대전시장의 해외 출장을 따라나서 빈축을 샀다. 외유성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취소했던 제주연찬회를 최근 슬쩍 재추진하다 들통나자 다시 취소하기도 했다. 동구와 대덕구, 유성구의회는 지난 정례회에서 구정질문이 단 한건도 없는 등 자치구 의회의 의정활동도 부실하다는 지적을 샀다.
대전 동구 주민 김모(48·여)씨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현실화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해도 의정비를 올려도 너무 많이 올리는 것 아니냐"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다고 나선 의원들이 월급 셀프 인상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의원들이 일단 당선되고 나면 공천권을 가진 사람과 소속 정당에만 충성하고, 정작 자신을 대리인으로 선택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정비는 물론, 공천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이를 통해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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