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산하 공공기관 고위 간부 2년 전 해고
징계사유만 7가지... 법원, 모두 인정하지 않아
법원 "과기부·재단, 무리하게 징계사유 구성"

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창의재단)에서 해고된 고위 간부가 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찍어내기 감사에 따른 무리한 징계"라고 못 박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정봉기)는 6일 창의재단 고위 간부 출신인 A씨가 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재단은 해고 직후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2월 과기부 관계자와 재단 고위급 연구원 사이에서 연구결과 평가와 관련해 부정청탁이 오간 정황을 알게 되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재단의 자체 감사 끝에 고위급 연구원은 정직 징계를 받았다. 과기부는 품위유지의무 위반만 적용해 주의 처분만 내렸다. 다만 고위급 연구원은 이후 지방노동위원회를 찾은 끝에 재단에서 징계 취소 결정을 받았다.

2020년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창의재단 비리 관련 제보.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가 포함된 채용비리 의혹 등이 담긴 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과기부는 이를 토대로 감사를 진행해 A씨를 해고할 것을 재단 측에 요구했다.
A씨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표적 감사"라고 반발했지만 재단은 과기부 요구에 따라 2020년 12월 A씨를 해고했다. 재단은 △근무지 무단이탈 후 외부강의 35회 수행 △하급자 통해 수습직원 부당해고 시도 △부정청탁 감사 관련 녹취서 언론 유출 등 7가지 징계사유를 내놨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도 했다.
A씨는 재단이 내놓은 징계 사유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재단은 그러나 "부정청탁 감사 관련 비밀을 유출해 단체의 품위를 훼손하는 등 해고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단의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①외부강의는 적법한 승인을 받았고 ②수습직원 평가는 계획에 따라 시행됐을 뿐 아니라 부당한 지시도 없었고 ③부정청탁 감사 관련 녹취서도 직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A씨가 수사기관에 고발된 뒤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것도 법원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법원은 특히 과기부의 A씨에 대한 감사를 '보복 감사'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과기부가 출처 불분명한 자료를 근거로 감사를 진행하다가, A씨가 언론에 부정청탁 감사 관련 상황 등을 제보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겨 무리하게 징계사유를 구성했다"며 "재단도 과기부 요구대로 A씨를 해고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한국일보에 "판결이 확정되면 떳떳하게 재단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과기부와 재단은 향후 찍어내기 감사를 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관계자들은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과 과기부 측은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있고,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과기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로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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