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성장 없는 고용 관련 전문가 인식 조사'
한국노동경제학회 소속 경제 전문가 38명 참여
경제 전문가 10명 중 8명이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률에 대해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국내 경기 위축이 심화하고 있는 와중에 생겨난 일자리는 단기·저임금·저숙련 등에 집중돼, 결국 사회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2일 공개한 '성장 없는 고용 관련 전문가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경제 전문가 81.6%가 '성장 없는 고용'을 우려해야 할 현상으로 꼽았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데도, 올해 2분기 기준 15~64세 고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68.9%를 기록한 것에 대해 우려를 보인 것이다. 설문은 한국노동경제학회 소속 경제 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0~30일 이뤄졌다.
성장 없는 고용이 발생한 원인으로 ①비대면·플랫폼 등의 새로운 일자리 등장(28.6%) ②재정 투입 결과로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28.6%) ③고용의 경기후행성(경기 움직임보다 뒤늦게 움직이는 성향)으로 최근 경기침체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탓(18.6%) ④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감소한 결과(10%) 등을 꼽았다. 전경련 측은 "손쉬운 일자리만 늘어나다 보니 고용 상황이 호조를 띠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우려
문제는 지금처럼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응답자 63.1% 전망)이 높다는 점이다. 성장 없는 고용이 이어지면 결국 '공공·노인·단기 일자리 증가 등 고용의 질 악화'(73%)와 '정규직·노조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할 것'(75.7%)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저임금·저숙련 일자리 위주로 확대돼 대기업,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 간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설명이다.
경제 전문가 대부분은 하반기 채용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상반기보다 나아지지 않는다(상반기보다 악화 47.4%, 상반기와 비슷 47.4%)고 봤다.
경제 활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육성 지원'(29.6%)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고, '노동·산업 분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확대 유도'(28.2%), '근로시간 유연화 및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한 생산성 개선'(26.8%) 등도 개선과제로 거론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고용의 질 악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 부작용을 야기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신산업 육성, 노동·산업 분야 규제 개혁 등으로 고용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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