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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나영석과 '광기' 안유진...이상한 짝꿍들의 수상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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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나영석과 '광기' 안유진...이상한 짝꿍들의 수상한 조화

입력
2022.10.12 04:30
수정
2022.10.12 07:15
22면
0 0

[K콘텐츠 단짝들의 성공 방정식]
①나영석·안유진의 뒤집힌 권력
②권상우·성동일의 상대 존중
③뉴진스·이오공의 탈표준

그룹 아이브 리더 안유진(왼쪽)이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나영석 PD와 게임을 하고 있다. tvN 제공

그룹 아이브 리더 안유진(왼쪽)이 예능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나영석 PD와 게임을 하고 있다. tvN 제공

'청담동 부부'. 연예계 둘도 없는 단짝 이정재(50)와 정우성(49)을 일컫는 말이다. 두 배우가 2016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연예기획사(아티스트컴퍼니)를 함께 차린 뒤 영화 '헌트'(2022)를 연출하고 출연하는 등 부부처럼 서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해 누리꾼이 붙인 별명이다.

이 청담동 부부처럼 K콘텐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짝꿍들이 있다. 나영석 PD와 아이돌그룹 아이브 리더 안유진(예능), 권상우와 성동일(OTT 드라마), 그룹 뉴진스와 DJ 이오공(K팝)이 주인공이다. 이 독특한 짝꿍들은 어떻게 만나 서로 시너지를 냈을까. ①갑을 관계를 뒤집고 ②상대를 존중하며 ③실험으로 틀을 깬 그 성공방정식을 짚어본다.

그룹 아이브 리더 안유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모습으로 '제2의 은지원'으로 불린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안유진의 모습. tvN 제공

그룹 아이브 리더 안유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침없는 모습으로 '제2의 은지원'으로 불린다.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안유진의 모습. tvN 제공


주도면밀한 여성 아이돌, 주도권 뺏긴 제작진

안유진(19)은 tvN 예능프로그램 '뽕뿅 지구오락실'에서 '맑은 눈의 광인'으로 불린다. Mnet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2018)에 출연했을 때부터 말간 얼굴과 착실한 모습으로 사랑받은 그는 미션만 떨어지면 승리욕에 불타 미친 듯 게임판에 덤벼든다. 위기다 싶으면 "그냥 물 안 마시면 안 돼요?"라며 언니(오마이걸 미미 등)들의 정신무장을 독촉하고 '형'자로 끝나는 끝말잇기 게임에서 "호동이형"을 외치며 천연덕스럽게 제작진을 궁지로 몬다. 순응하는 여성 아이돌은 없다. 영리한 협상가인 안유진은 쉽게 포섭되지 않는다. 틈만 나면 항의하는 '청순 아이돌'의 돌변. 야멸차게 "땡!"을 외치며 숱한 스타들을 조종한 나영석(46) PD는 끝내 "이런 느낌으로 섭외한 게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안유진은 낯선 태국어로 적힌 식당 이름을 포털사이트 사진 검색으로 단 30초 만에 찾아냈다. 자기 계발에 충실한 'IT 신인류'는 X세대 제작진이 깔아 놓은 덫을 번번이 무력화시킨다. 그렇게 "'예능 베테랑'(나 PD)과 '예능 샛별'(안유진)의 권력관계가 뒤집히면서 시청자는 묘한 쾌감을 느낀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순하고 착한 막내가 아닌 주도면밀하고 광기 어린 여성 아이돌은 윤여정, 이서진 등 중견 연예인들과 줄곧 함께한 '나영석 예능 월드'의 신세계다. "어린 아이돌이라 리얼 버라이어티 적응에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했어요. 한데 첫 만남 때 신나서 춤출 때 '어라?' 하고 많이 놀랐죠. 그러다 매니저에게 '팀장님 저 괜찮겠죠?'라고 물을 때 '아 (예능) 보석을 발견했다' 싶었어요. 가슴으로 낳은 딸 같아요, 유진이는." 전화로 만난 나 PD의 말이다.

드라마 '위기의 X'에서 권상우(왼쪽)와 성동일은 환자와 한의사로 만나 함께 건강검진도 받는다. 웨이브 제공

드라마 '위기의 X'에서 권상우(왼쪽)와 성동일은 환자와 한의사로 만나 함께 건강검진도 받는다. 웨이브 제공


"같이 하면 신명 나" 권상우·성동일의 이변

한의사인 허준(성동일)에게 환자는 두 번째다. 실직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쇠해 찾아온 윤대욱(권상우) 앞에서 주치의가 되레 소파에 드러누워 죽는 소리하기 바쁘다. 대욱은 "병원인데 더 있으면 죽을 것 같다"며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의원을 나간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의 새 드라마 '위기의 X'에서 권상우(46)와 성동일(58)은 회마다 '개그 콘서트'를 찍는다. 한의사가 진료실에 드러눕고 그걸 받아주는 환자는 대본엔 없는 설정으로 촬영 현장에서 둘이 애드리브로 합을 맞춰 찍었다. 권상우와 성동일은 영화 '탐정' 시리즈(2015·2018)를 찍은 뒤 개그 콤비가 됐다. 최근 만난 권상우는 "범죄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노란색 폴리스라인 띠를 올렸는데 그때 왼발을 들어 그 띠를 넘으려 했던 성동일이 헛발질했을 때 개그 콤비가 될 운명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따(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며 부메랑을 던져('천국의 계단'·2003) 한류 스타가 된 권상우와 빨간색 양말을 신은 단역('은실이'·1999)으로 주인공보다 사랑받는 신스틸러가 된 성동일은 성장 과정뿐 아니라 활동 영역에서도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어긋난 운명을 인연으로 만든 건 권상우였다. 연예계에서 술 못 마시기로 유명한 권상우는 '주당'으로 소문난 성동일과 식당에서 처음 만나 먼저 '소맥'을 권했고 그렇게 20여 잔을 부딪쳤다. 그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마신 주량으로 상대 배우와 벽을 허물어 작품을 재미있게 찍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동료와 함께하려는 노력을 본 성동일은 그 이후 권상우와 찍는 곳엔 어디든 찾아간다. "동일이 형은 이제 가족 같아요. '위기의 X'가 공개된 뒤 동일이 형한테 '같이 해서 신명 났다'고 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OTT 작품에서 동일이 형이랑 또 찍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DJ인 이오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DJ인 이오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예스러운 아련함... 평균 나이 16.4세 멤버와 '뽕짝'의 만남

지난 8월 관광버스에서나 들을 법한 '뽕짝' 음악이 울려 퍼진 서울 종로구 국일관에 Z세대들이 몰렸다. 과거에서 온 미래의 음악 '퓨처 관광 메들리'에 취해 신나게 몸을 흔든 젊은 관객들 사이 디제잉을 하며 흥을 뽑은 주인공은 이오공(이호형·40). 올해 3월 관광 버스의 트로트 가락을 전자음악에 접목한 앨범 '뽕'을 발매해 화제를 모은 그는 그룹 뉴진스가 올여름 낸 데뷔 음반의 네 곡 중 세 곡을 작곡했다. 이오공이 만든 '어텐션'은 8월 멜론 등 국내 9개 음원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재생(서클차트 기준)됐다. 이 곡으로 뉴진스는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석권했다. 다섯 멤버 평균 나이 16.4세인 K팝 그룹과 뽕작 음악 전도사와의 만남이란 파격적 실험이 통한 것이다.

나른한 목소리와 느린 비트의 뉴진스 음악은 '워터폴스'와 '크립' 등으로 1990년대 흑인 음악 전성기를 이끈 여성그룹 TLC를 연상케 하는 등 예스러움을 아련하게 되살렸다. "그간 K팝 그룹이 뿅뿅거리는 7080 디스코와 유로댄스 음악으로 레트로를 활용했다면, 뉴진스는 90년대 리듬앤드블루스를 재해석"(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해 변화를 줬다. 기존 K팝의 틀을 깨 일군 성공이었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자연스럽지만 다른 음악'을 콘셉트로 뉴진스 앨범을 꾸렸다. 민 대표와 오래 작업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는 평소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며 "음악 기획 업무가 명확히 구분된 SM엔터테인먼트에서와 달리 자신의 음악적 취향을 토대로 더 적극적으로 음반 작업에 참여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택한 음악 작업 파트너는 이오공이 속한 음악 회사(BANA)였다. 민 대표와 BANA의 김기현 대표는 모두 SM엔터테인먼트 출신이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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