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원성진 9단 백 이지현 9단 패자조 4회전 <4>
바둑을 두다 보면 공격과 타개는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공격과 타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대개 공격은 상대방 대마를 잡는 것, 타개는 내 대마를 살리는 것으로 인식하게 마련인데, 의외로 공격ㆍ타개는 대부분 대마의 생사와 직접적으로 연관 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격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 타개를 통해 상대 세력을 얼마나 지울 것인지 등 먼저 목적을 세운 후 그에 맞게 형세를 살펴야 한다. 무리한 공격으로 역습 당하거나, 침입에 성공하고도 더 많은 손해를 입는 상황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원성진 9단의 느슨함을 틈타 이지현 9단은 백1,3의 침입으로 추격에 박차를 가한다. 결국 백7까지 우상귀에서 수가 나며 차이가 더 좁혀졌다. 흑6은 7도 흑1에 끊어 실리를 확보할 자리. 흑7,9를 활용해 상변 실리를 챙기는 것이 나았다. 실전 흑8의 한 칸 뜀에 이지현 9단이 백13으로 버티자 쉽사리 공격이 되지 않는 모습. 결국 흑26까지 백이 선수로 연결에 성공한다. 상변 처리에 만족한 이지현 9단은 백27,29로 중앙 두 점을 잡았는데, 이것이 악수 교환. 중앙 세력이 지워진 손해가 더 컸다. 8도 백1,5로 흑 대마를 노리는 강수 역시 사라졌다. 백13까지 유리했던 흑의 입장에선 확신할 수 없는 대변화. 이지현 9단은 실전 백33을 차지하면 역전이라 생각했으나, 판단 미스였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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