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과 뱅크런 등 금융위기 연구
"값비싼 구제금융 피할 능력 향상"
3인 공동 수상은 9번째
킹달러·파운드화 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 되는 가운데 금융위기를 연구한 미국 경제학자 3명에게 노벨경제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디비그 미국 워싱턴대 올린경영대학원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은행의 파산이 금융위기를 얼마나 악화하는지 등 이들이 1980년대 발표한 논문은 은행과 관련한 주요 경제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 전 의장은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던 그의 말을 따서 ‘헬리콥터 벤’으로도 불렸지만, 사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을 연구한 경제학자다.
1983년 발표한 ‘대공황의 확산에 따른 금융위기의 비통화적 영향’ 연구에서 버냉키 전 의장은 “은행의 파산이 금융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의 원인을 은행 시스템 붕괴에서 찾았다. 경제위기 우려에 예금을 맡긴 사람들이 돈을 찾으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그로 인해 은행의 대응수준을 웃도는 대규모 예금인출사태(뱅크런)가 발생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대공황 충격을 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뱅크런으로 은행은 연쇄 파산하고,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최악의 불황인 대공황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려면 은행에 모인 예금이 다시 투자로 이어져야 하지만, 저축을 한 사람은 예상치 못한 위기나 지출이 발생했을 때 즉시 돈을 돌려받길 원한다. 반면 기업 등 대출자는 대출금 조기 상황을 꺼려하기 때문에 저축자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디비그 교수는 1983년 공동 발표한 ‘뱅크런, 예금보험과 유동성’ 논문을 통해 이 상황에 놓인 은행이 어떻게 하면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지 제시했다. 특히 시장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정부 역할을 통해 은행에서 이러한 위기가 발생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의 통찰력은 심각한 위기와 값비싼 구제 금융을 피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3명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건 1969년 제정 이래 9번째다. 수상자들은 상금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원)를 나눠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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