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메야 다카오 공학부 학장 인터뷰]
"사회문제 해결 기여하고자 문호 개방
메타버스 통해 나이·성별 무관 대화...
다양성 넓혀야 더 많은 문제 해결 가능"
일본 도쿄대 메타버스 공학부엔 선입견이 없다. 대신 다양성이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수업할 땐 교수도 학생도 모두 가상의 '아바타'가 되어 입장한다. 기업 임원급인 50대 직장인도, 막 사회인이 된 20대 신입사원도 직업,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인공지능이나 기업가 정신에 대해 동등하게 토론한다.
도쿄대 공학부가 중고생과 사회인에 대한 수업 개방을 추진하면서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 이유다. 지난 7일 도쿄대 혼고캠퍼스 공학부 건물에서 공학부 학장을 맡고 있는 소메야 다카오 교수를 만나 이런 사연을 들어 봤다. 메타버스 공학부 수업은 지난달 23일 개강했다.
-대학 수업을 개방한 이유는 뭔가.
“2020년 4월 공학부 학장에 취임한 뒤 대학이 사회문제의 해결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일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인재가 너무 적다. 지금의 수십 배, 수백 배로 늘려야 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축적된 노하우, 도쿄대의 뛰어난 강사진의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사회인 재교육 과정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면 대학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수업 방식과 내용이 궁금하다.
“사회인 재교육 과정은 총 네 과목으로 구성된다. △인공지능 △기업가 정신 △5G 등 디지털 인프라 △파이썬(프로그래밍 언어)이다. 강의 내용은 도쿄대생이 듣는 수업과 거의 같다. 꼬박꼬박 과제도 내고 토론도 한다. 수료증도 발급한다. 특히 인공지능은 워낙 수요가 많아 연간 2,000명에게 수업 기회를 주기로 했다. 수업료는 기업이 법인 단위로 지불하고 기업 직원들이 수업을 듣는다."
-중고생용 강의는 어떻게 만들었나.
“1년 동안 중·고등학교 20여 곳을 방문해 수요를 파악했다. 중·고등학교에서 이수하는 이과 과목은 수학, 물리 등 위주라 공학 분야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학의 매력과 재미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강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학 수업은 난도가 높기 때문에 대학 1, 2학년용 교양 수업을 쉽게 다듬어 14가지 강의를 준비했다. 수강생이 관심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일본 여성 공학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이지만, 도쿄대 공학부의 여성 비율은 여전히 10%에 머물고 있다. 여학생들에게 공학의 매력을 알려 주기 위해 여학교를 많이 찾아다녔다.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수업을 개발했다. 건축 설계, 산업 디자인 등 여학생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과목을 중고생 강좌에 포함시켰다.”
-성별 다양성은 기업에서도 요구되고 있다.
“세계가 풀어야 할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만큼 다양한 가치관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는 게 필수다.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사람들 자체의 다양성을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일본은 여성 인재를 늘려야 한다. 성별, 나이 등에 대한 선입견이 없이 진행되는 메타버스 수업을 통해 여성 공학 인재를 더 많이 육성하고 싶다.”
-인구 감소로 대학이 사회인 교육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도쿄대 공학부가 사회인 재교육을 시작한 것은 인구 감소에 따른 생존 논리 때문은 아니다.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명과 발견을 해 나간다는 대학의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분야 출신 인재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장을 만든다면 이런 사명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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